착한가격업소가 최근 물가상승으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6일 청주시 상당구의 한 칼국수집에 '착한가격업소' 안내판이 붙어있다. /김명년
청주시 상당구의 한 칼국수집에 '착한가격업소' 안내판이 붙어있는 모습. /중부매일DB

착한가격업소는 행정자치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우수 물가안정 모범업소이다.

행정안정부는 지속적인 물가 상승 속에서 소비자 물가의 안정을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를 착한가격업소로 지정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착한가격업소가 느끼는 것은 괴리감이 있다.

실제로 청주시 상당구 산성로에 위치한 '한복남칼국수'는 12년째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판매하는 착한가격업소다. 이 업체는 각종 물가 상승으로 지난 5월 전 메뉴 가격을 500원씩 인상했다. 그렇게 인상한 가격이 짜장면 3천500원, 칼국수 3천500원, 찐만두 3천원 등 다른 동종 업체 가격에 비하면 절반 정도의 수준이다.

그러나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식당을 찾는 주 손님층이 동전을 모아 한 끼를 해결하러 오는 어르신들과 손님이 없어 하루 장사를 망쳤다고 울상짓는 택시기사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착한가격업소는 가격이 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않다. 결국 착한가격업소라는 이유로 다른 가게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청주시 상당구 대성로 55에 위치한 '값싼당' 역시 짜장면 3천원, 짬뽕 4천원에 파는 착한가격업소다.

값싼당을 운영하는 업소 대표도 어려움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지난 2년간 겪어온 코로나19로 손님 대부분이 떠났지만 그나마 찾는 몇명의 손님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면서 문을 열고 있다.

청주시 착한가격업소 지원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7조(지원)에 따르면 착한가격업소 표찰 교부, 가격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기자재 보급 및 구입비 보조, 쓰레기봉투 지원 및 상하수도료 등의 요금 보조, 고객편의 증진과 위생수준 향상을 위한 소모품 보급, 소규모 시설개선 및 안전점검 보조, 경영안정자금 우선 추천 의뢰, 그 밖에 가격안정을 위해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을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착한가격업소들에게 지원되는 것은 상·하반기 15만원 상당의 쓰레기 종량제 봉투 등을 지급하는 것이 전부다.

착한가격업소들의 가격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기자재 보급 및 구입비 보조를 지원 등이 담긴 '착한가격업소 지원 및 관리에 관한 조례'가 무색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근 강원도의 경우 조례를 개정해 지자체에서 매년 100만원 범위 내에서 시설개선자금과 업소 운영에 필요한 물품 등을 지원하고 있어 더욱 비교되고 있다.

소상공인의 안정적 영업을 도모하고 지역물가안정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생겨난 '착한가격업소 지원 및 관리에 관한 조례'이지만 청주시의 미온적인 지원 태도에 해마다 착한가격업소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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