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준법의식에 짜증마땅히 제재할 방법도 없어

경차 주차면 2칸을 차지하고 있는 벤츠차량./독자 제보
경차 주차면 2칸을 차지하고 있는 벤츠차량./독자 제보

[중부매일 나인문 기자] 세종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경차 주차면 2칸을 독차지하는 얌체 주차 차량들로 인해 입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외제차와 국산 고급차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옆차로부터 문을 열다가 콕 찍히는 이른바 '문콕'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는 일부 몰지각한 이들의 빗나간 준법의식에 입주민들의 짜증도 늘고 있다.

입주민 A씨(도담동 도램마을)는 "관리소에 여러차례 민원을 제기해도 소용이 없다"며 "관리사무소에서 경고 스티커를 붙여도 그 때뿐"이라고 말했다.

A씨는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그런 행동을 하고 싶은지 궁금하다"며 "제 차가 소중한 줄은 알면서, 남에게는 피해를 줘도 괜찮다는 개념없는 사람들로 인해 분노심이 치밀어 오른다"고 일갈했다.

이어 "개중에는 국산 고급차들도 많이 눈에 띄지만 벤츠차량이 유독 경차 주차면 두칸을 차지하고 주차하기 일쑤"라며 "그렇게 아끼고 싶으면 별도 주차장이 있는 개인주택에 살면 될텐데, 굳이 공동주택에 살면서 그렇게 몰지각한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처럼 유독 외제차의 갑질 주차에 벤츠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벤츠가 그만큼 흔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외제차 판매업체에 따르면 4월 현재 외제차 판매량 1위는 벤츠 E-class로 2천781대(12.8%)가 판매됐으며 BMW(5series)가 2천391대(10.5%)로 2위, 벤츠 C-class가 1천203대(5.3%)로 3위, 벤츠 S-class가 1천59대로(4.6%) 4위, 벤츠 GLB-class가 BMW 3series와 6series에 이어 474대(2.1%)를 판매해 7위를 차지했다. 외제차 판매 10위에 든 차량 중 벤츠의 판매량이 34.7%로 국내에서 벤츠의 인기가 그만큼 높다.

문제는 연일 고급차의 '갑질 주차' 관련 민원이 쏟아져 나오고, 여론의 질타가 계속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주차 상식과 배려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잘못이지만 관련 법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세종시 도램마을 아파트 지하주차장 얌체 주차차량에 붙은 경고문./독자 제공
세종시 도램마을 아파트 지하주차장 얌체 주차차량에 붙은 경고문./독자 제공

현행 도로교통법상 주차금지구역에 차를 대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아파트 주차장의 경우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 사유지이기 때문에 이같은 행정 조치를 할 수 없다. 2018년 인천에서 벌어진 '송도 캠리 사건'의 경우에도 도로교통법이 아닌 관리사무소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죄)가 적용됐다.

다만, 아파트·빌라 내 무단주차된 차량을 견인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공동주택 불법주차 해소 3법'이 발의됐다는 점에서 향후 아파트 단지 내 불법 주차가 사라지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이 지난달 '주차장법', '공동주택관리법',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내 주차 갈등이 차량 파손과 폭행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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