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규영 청주시 우암동 행정복지센터 팀장

얼마 전 반가운 지인을 만났다. 여러 이야기 중 자연스레 탁자에 올려둔 필자의 신상 핸드폰으로 시선이 옮겨졌고, 화면이 켜지는 순간 그 일이 생겼다.

'와아~ 이 언니 봐라~, 전형적인 40대의 배경화면이네~' 필자의 핸드폰을 손에 쥔 아는 동생의 말이다. 필자의 핸드폰 배경화면은 수북한 꽃잎이 가득한 수국이었다. 그 동생의 배경화면은 무려 귀여운 캐릭터 강아지였다. 그것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온 몸으로 귀여움을 뿜어내는 움직이는 강아지였다.

꽃을 특별히 좋아해서 설정해 놓은 배경화면이 아니라 핸드폰에서 제공되는 기본 배경화면이라는 필자의 변명같은 대답에 그것이 바로 나이들었다는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라는 답이 되돌아 온다.

여자들의 핸드폰 프로필사진, SNS배경 화면 등은 젊은 날 한껏 예쁜 본인의 사진에서 출발해 귀여운 자녀들의 사진으로 도배되다가, 결국 꽃으로 마무리 된다는 누군가의 글귀를 본적이 있는데, 배경화면을 기본제공 꽃화면에서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는걸 보니, 내 나이가 벌써 그럴 때인가 싶기도 하다. 가슴 한켠이 덜컹 내려 앉는 것도 같았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 같기도 하다.

" 엄마! 꽃사진 하지마!, 그런거 하지마! 할머니 같이.. 나이들어보이잖아~"

언젠가 친정집에 걸린 사진들을 보고 엄마에게 내 뱉은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엄마의 핸드폰도 꽃밭이다. 요즘엔 하얀 사과꽃, 얼마 전까지는 백목련, 자목련이 있었다. 어느 땐 길가의 이름 모를 꽃도 찍혀있다. 친정집 입구의 눈길 닿는 곳에는 신문에서 오려 놓으신 꽃사진이 걸려있다. 본인을 위하는 일에는 박하신 분이 꽃과 꽃사진에는 후하시다. 사실, 꽃과 나무들을 좋아하시는 아빠도 엄마와 후함과 박함의 맥락을 같이 하신다.

서서히 나이 들어가시며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것들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런 것들 안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찾으시는 듯하다. 그러한 즐거움과 행복을 어떻게든 누구와든 나누고, 느끼게 해주고 싶으신 듯 하다.

" 여행을 가는 게 옷 한 벌 사는게 어색해진 사람

... 동네 담벼락 피어있는 꽃들을 보면 아직도 걸음 멈추는 사람

엄마의 사진엔 꽃밭이 있어 꽃밭 한가운데 엄마가 있어 "

「엄마의 프로필 사진은 왜 꽃밭일까」라는 노래의 가사이다.

전규영 청주시 우암동 행정복지센터 팀장
전규영 청주시 우암동 행정복지센터 팀장

60여년을 살아오시며 남보란 듯이 화려하지는 않으셔도 본인만의 꽃을 아름답게 피워내신 부모님에겐 오랜 동지와 같은 대상. 그게 바로 배경화면에 피어난 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리를 마치고 강아지 배경화면 지인과 걸어가는 중에 가로등 불빛아래 풍성하게 피어난 이팝나무 꽃을 보며 가슴 설레고 이쁘다며 사진을 찍기 위해 핸드폰을 뒤적거리다 스을쩍 곁에 나란히 걷고 있는 동생을 본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던 손을 정리하고, 나를 달래며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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