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6.1 지방선거가 끝났다. 민주주의의 축제가 돼야 할 '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당선인들의 취임일이 열흘 앞으로 바싹 다가왔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양상군자(梁上君子) 뺨치는 일부 단체장 때문이다. 재정운용을 방만하게 한 것도 부족해 선거를 앞두고 주민들의 마음까지 훔쳤다니 하니 기가 막혀서 하는 말이다.

대전시의 경우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기본계획 변경 추진을 놓고 시민과 중앙정부는 물론, 민선 8기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까지 허위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당초 대전시 트램도시광역본부는 지난 14일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비를 7천643억원으로, 공사기간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사흘 뒤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기본계획' 변경과 관련한 언론브리핑을 통해 건설비를 7천345억원이 증액된 1조4천837억원으로, 건설기간도 1년이 늘어나게 됐다고 말을 바꿨다.

한두 푼도 아니고 두 배 가량 건설비가 늘어났는데 이 무슨 허무맹랑한 궤변이란 말인가. 도시철도 건설예산이 고무줄도 아니고, 수천억원을 한꺼번에 늘릴 수 있는 사안인지 어처구니가 없어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당장 업무보고를 받은 시장직 인수위원장도 "대전 시민과 중앙정부, 인수위원들까지 속인 허위 보고"라고 발끈하고 나섰다. 트램도시광역본부는 "예타를 면제받기 위해 굉장히 어려움이 있었고, 그 과정 중에서 저희 스스로 조금 사업비를 줄인 측면이 있었다"고 시인했다고 하니, 이는 시민을 기망한 명백한 범죄행위와 다를 게 없다.

문제는 대전시의 지역화폐 '온통대전'도 시민들에게 환급해주기로 약속했던 올해 캐시백 예산이 거의 소진돼 하반기 정상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이다.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들에게 환급해주는 캐시백을 당초 10%에서 5월 한달간 15%로 늘려주는 이벤트를 실시해 캐시백 예산이 조기 소진됐다는 설명이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선거를 앞두고 시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캐시백을 선심성으로 늘려 잡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예로부터 진흙이나 숯불에 떨어진 것처럼 백성이 심한 고통을 겪는 '도탄지고(塗炭之苦')'는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공복들의 그러한 일탈에서 비롯됐다. 국민의 주린 배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얄팍한 계산으로 민심을 왜곡하고 예산을 허투루 전용할 경우 그 폐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위정자라면 적어도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이 다르고, 어제 한 약속이 오늘은 휴지조각이 되는 상황을 보면서 우리의 후손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단 말인가. 새롭게 취임하는 당선인들은 제발 연부역강(年富力强)의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국민의 안녕을 위해 일해 줄 것을 바라는 것도 그러한 연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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