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하지(夏至)가 멀지 않다. 일 년 중 가장 해가 길다는 날. 겨울 지나 봄부터 길어지기 시작한 해가 가장 정점에 이르는 때. 일찍 해가 뜨니 저절로 일찍 일어나게 된다.

저녁에는 해가 늦게 지니 저녁 같지 않다. 문득 극지(極地)의 삶이 생각난다. 6개월 가까이 낮만 계속되다가 다시 6개월 가까이 밤만 계속되는 곳에 사는 이들의 삶은 얼마나 단조로울까. 우리에게는 4계절이 있어, 때를 따라 새싹 나고 꽃 피고, 잎새가 무성해지고, 열매 맺고, 낙엽 지고 눈 내린다.

계절에 맞는 삶을 살 수 있어 행복하다.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맞춰 산다. 추울 때는 두툼한 옷을 입고 눈 구경을 할 수 있다. 스키나 스케이트 등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도 한다. 여름에는 바다나 계곡을 찾아 쉬면서 충전할 수 있다. 봄에는 새 빛 새싹과 함께 힘차게 시작한다. 가을에는 수확의 기쁨에 더해 아름다운 단풍을 즐길 수 있어 좋다.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 '4계'나 하이든 오라토리오 '사계'또는 차이콥스키 피아노곡 '사계'를 듣고 있으면, 한 악장 한 악장이 모두 우리의 4계절을 잘 표현해 주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

6월, 성장의 초여름. 하지 무렵 길어진 낮 동안 무엇을 할까. 크리스천인 나는 오전 5시 시작하는 새벽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 4시 40분 무렵 기상한다. 예배 참석인원이 많이 늘었다. 나처럼 계절의 영향을 받는 이도 있을 것이고, 코로나가 물러가니 움츠려 있던 신앙심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도 있으리라. 새벽예배 후에는 한 시간 남짓 부족한 잠을 보충하거나 성경을 읽는다. 오전 7시나 오전 8시께 평소보다 한두 시간 일찍 출근한다. 커피 한 잔에 클래식 라디오를 들으며, 일정과 메일을 확인하고 나면 그날의 재판기록 재확인과 연락할 사람이나 만날 사람들에 관한 준비를 한다. 배달된 잡지와 신문을 읽고, 화요일은 외국인과 영어토론 40분을 진행한다. 이렇게 아침을 여니 하루가 즐겁다. 아침 한 시간이 낮 두세 시간과 맞먹는다는 말을 실감한다.

코로나가 지나가고 있어서인지 일터에서 나를 찾는 이들도 늘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코로나 영향을 덜 받았지만 알게 모르게 법률사무소를 찾는 이들도 줄어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서서히 늘어나고 있어 감사하다. 자연히 법원에 가는 횟수도 늘어난다. 일과시간에 쉴 시간이 많지 않지만, 정기 골프모임이나 강연 일정 등을 정리해 재판날짜를 받는 등으로 관리한다. 저녁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 재개된 모임에 참석하지만, 아홉 시를 넘기지 않는다. 귀가해서는 골프 연습장을 찾거나 TV 스포츠 중계를 보거나, 가끔 넷플릭스 영화를 보다가 잠든다.

이렇게 소박하게 산다. 2년 반 코로나로 사무실과 집만을 오가는 단조로운 삶이 몸에 뱄다. 금방 예전처럼 왁자지껄한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조용히 법률가로서 섬김의 도리를 다하고, 자신을 살리기 위한 일로 시간을 채워 가련다. 특히 성장의 계절 6월에는 소명의 완성을 위해 더욱 성실해져야겠다는 생각이다. 올해도 거의 반이 지나갔으니 전반기를 돌아보고 후반기를 계획한다. 맘먹었던 것 중 못한 것은 남은 기간에라도 다 마치려 한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올해 하지(夏至)는 어느 해 보다도 새로운 느낌이다. 새 정부가 시작한 지도 한 달여, 며칠 후면 새로운 지방정부도 시작한다. 더 많은 성장에 대한 기대와 함께 7월을 기다린다."새벽부터 우리 사랑함으로써 저녁까지 씨를 뿌려봅시다~"로 시작하는 찬송가 가사처럼 열심히 살아갈 일이다. 그러면 "열매 차차 익어 곡식 거둘 때에 기쁨으로 단을" 거둘 것이다. 바람결이 싱그러운 하지 무렵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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