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효덕 청주시재향군인회 사무국장

재향군인회에서 3년마다 6.25참전자 중 생계가 어려운 분을 선정하여 매월 생계보조비 15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선정과정에서는 다섯 분 정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고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다들 힘들게 생활하시는 모습과 이마저 못 드리는 게 마음이 아팠다.

대부분 아흔이 넘어 고령이 되셨고, 공통으로 다섯 분 다 배우자가 먼저 돌아가셨다. 그래서 대화 상대 없이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셨고 설상가상으로 거동이 불편하시여 집 밖에 나가는 것조차 힘들어하셨다. 이런 탓에 누가 오랜만에 와서 매우 반겨 주셨고 잘 들리지 않는 청력에도 애써 말씀을 많이 하셨다. 건강에 대해 여쭤보니 요즘 들어서 어지럼증이 더 심해져서 단시간이라도 서 있기도 힘들어서 보훈병원에 검진받고 있으나, 그 원인을 몰라 사실상 치료에 대한 기대감 없이 고통을 안고 지내신다고 한다. 어지럼증은 환경적인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잔인한 전장 환경에서 원인을 찾는다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보인다. 보통 사람들은 PTSD를 겪으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럼증, 안절부절, 불면증 등 증상을 나타나게 된다. 어지럼증은 지금까지 사실상 치료 방법이 없어 망가진 자기 몸과 정신건강에 대해 끊임없이 괴로워하며 고통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난청이 모두 심하셨다. 아흔이 넘는 나이도 원인이겠지만 치열한 전장에서 포탄과 총성에서 노출된 고막이 손상되어 가까이 다가서서 크게 말을 해야 단순히 이해할 실 정도의 대화가 가능했다.

현재 참전용사분들은 국가에서 주는 혜택이라면 2000년대 들어 국가가 참전유공자를 위한 명예수당을 지급하고, 일부 자치단체도 별도 수당을 지원하고 있지만, 평균 90세를 넘긴 고령의 노병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6.25 전쟁이 끝난 지 72년이 지나고 있지만 왜 우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자유를 지킨 그들이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받고, 우리보다 더 궁핍한 생활을 하는 것일까?. 긴 시간이 지나다 보니 당시의 상황의 무게를 가볍게 생각하게 되고, 사회적 혜택이 열약하니 시민들조차 그들을 보면 무관심하거나 안일하게 생각해버리는 결과이며 역사는 지금 이 땅에서 자유를 누리면 행복하게 사는 우리를 비판하게 될 것이다.

다른 나라는 참전용사들에게 어떤 혜택을 하고 있을까? 훌륭한 군사시설뿐만 아니라, 보훈 제도까지 잘 이루어진 미국은 월 1,259달러 (환율 기준 162만 원) 연금을 지급하고 있고 모든 대통령 취임식 등의 공식 석상에 초대받는다. 미군 부대의 특정 장소나 전투기, 전함, 기지 등에 훈장 수호자의 이름을 따서 명명하며, 장례 시 미국 국가 장례식으로 군 최고의 장으로 치르는 등의 큰 지원을 받으며 편안한 노후 생활을 즐기고 있다.

미국과 경제적인 처지가 다르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OECD 국가 중 9위로 이제는 경제 대국과 함께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미국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살아오신 분들에 대한 대우가 극과 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병사의 월급은 200만 원으로 점차 인상한다는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비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웠는데 이등병보다 못한 대우에 이제는 정당한 예우를 받을 권리와 사회적 제도의 개선 방안을 모색할 시기라 생각된다.

주효덕 청주시재향군인회 사무국장
주효덕 청주시재향군인회 사무국장

이번에 찾아뵙던 한 참전 노병의 말씀에 묻어 나오는 외로움과 사회적 도움의 호소가 느껴지며 이는 현재 전국에 생존해 있는 55,000명의 정당한 보상과 사회적 예우를 해드릴 마지막 기회라 생각된다.

"내 나이가 이제 93세 되고 전우들은 다 떠나 이제 나만 남았지만 앞으로 살아봤자 5년 되지 않겠나! 그때까지 아프지 않고 살다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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