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1일 전국동시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역 발전과 주민 복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역대 지선 후보 공약과 별반 다르지 않다. 두 단어는 30년 만에 시장·군수·구청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한 1995년 1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이후 지방자치의 영원한 화두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이번 지선에서도 단체장 후보들은 선거 기간 주민 복지와 지역 발전을 위해 한몸을 바치겠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당선인은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킨 단체장을 찾기 힘든 게 오늘의 현실이다. 아니 지역 발전은커녕 재임 중 비리를 저질러 영어의 몸이 된 단체장이 부지기수다. 대통령도 단체장과 사정이 다르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대표 사례다.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국정 농단 혐의 등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돼 수년간 옥고(?)를 치르는 수모를 겪었다. 오 전 시장은 여직원 강제 추행과 인사 비리 혐의로 지난해 징역 3년이 확정돼 부산 시민들이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런 실정을 반영하는 듯한 자치단체장 5계명이 있다. 단체장이 경계해야할 덕목인데, 첫번째가 인허가권 함부로 휘두르지 말라는 것이다. 뒤를 이어 선거비용 남용하지 말라는 것과 사람 함부로 쓰지 말라는 것이다. 거짓말 하지 말라. 법인카드 맘대로 긁지 말라는 것도 빠지지 않는다.

실례로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은 경기도 용인시장 재직 기간인 2014~18년 주택 건설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됐다.용인시는 민선 7기 백군기 시장을 제외한 역대 시장 6명 중 5명이 인허가 비리, 1명이 인사 비리로 구속되는 오명을 남겼다.

오근섭 전 경남 양산시장은 선거 자금으로 빌린 수십억 원을 갚기 위해 부동산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인사가 '만사(萬事)'가 아닌 '망사(亡事)'로 변질됐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25개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사표를 종용하고 캠프 인사를 임명한 혐의로 구속됐다.

거짓말, 즉 허위사실 공표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검찰에 따르면 6.1 지방선거 전날까지 1천3명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으며, 이 중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약 33%로 가장 많다.

이재명·안철수 의원 등 수사 선상에 오른 당선인만 51명에 이른다.충북에서는 나용찬 전 괴산군수가 2018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벌금 150만원이 확정돼 군수직을 잃었다.

최근에는 그동안 눈먼 돈으로 치부된 법카가 단체장을 옥죄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은 업무 추진비로 지급한 격려금·포상금 중 9천여 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지방선거 당선인 취임식이 10일도 채 남지 않았다.정치는 반복되는 게임이다.당선인이 5계명 유혹에서 벗어나려면 다산 정약용 선생이 지은 조선시대 지방관 지침서인 목민심서를 꼭 읽어야 한다.

키워드

#사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