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세환 정치행정부 기자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대표되는 규범 윤리이다. 언뜻 봤을 때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행복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이지만, 무서운 함정이 숨겨져 있다. 결과론적으로 최대 다수가 최대로 행복하기만 한다면 무슨 일이든 해도 괜찮다는 윤리 이론이기 때문이다. 고대 로마 시대에 시민들의 즐거움을 위해 노예 검투사들을 콜로세움에 잔인하게 처형하는 것 또한 공리주의에서는 바람직하다. 이런 면에서 공리주의는 쾌락주의와도 맞닿아 있다. 우리 사회가 공리주의만을 추구한다면 SNS와 인터넷에는 근거 없는 마녀사냥과 허위사실, 루머 등이 더 넘쳐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자유 민주주의에 기반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합리성에 근거한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는 것을 중요시 여긴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주의의는 맹목적으로 다수결의 원칙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함께 발전하는 데 의미가 있다. 그렇기에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소수의견일지라도, 다수의견과 동등한 눈높이에서 자신의 정당성을 설명해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회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이들은 사회 발전을 위해 제시하는 방향성이 다를 뿐, 소수의견도 핍박과 멸시 대신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를 대표하고 있는 지금의 의회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국회 180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전반기 상임위원장을 독식했고, 공수처 설치와 검수완박 등 법안을 협의 없이 강행 처리했다. 또 민주당은 충북도의회 전체 32석 중 27석을 차지해 이시종 지사의 WMC 예산을 모조리 '프리패스'시켰다.

정세환 정치행정부 기자
정세환 정치행정부 기자

국회는 임기가 절반 가량 남았지만, 충북도의회 35석 중 28석을 국민의힘이 석권하면서 새로운 의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도민들은 국민의힘이 도의회의 다수당이 됐다고 해서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지 말고, 협치를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4년을 보내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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