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이후 1956년 개원 전쟁 복구·의료사업 주력
시약소 새 단장해 공적·사적 모임장소로 개방하기로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6월 26 일요일 오전 10시 30분. 천주교 청주교구 증평 성당에서는 매우 뜻깊은 의미 있는 행사가 진행됐다. 6·25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60여년전 충북의 작은 도시 증평읍에 개원했던 메리놀의원을 재조명한 '메리놀 병원 시약소 부활기념 미사'가 열린 것이다.

메리놀의원의 치료 모습
메리놀의원의 치료 모습

천주교 청주교구 증평성당 '메리놀 병원'은 6.25 전쟁 이후 1956년부터 1990년까지 한강 이남 중부 북부 지역 주민들의 외상의 아픈 곳을 치료해 주던 병원이었다.

메리놀 병원을 지은 메리놀 외방 전교회는 아시아 지역의 전교를 위해 창설 되었고, 한국 전쟁 이후 1953년 충북지역을 위임받아 전쟁 복구 및 의료사업 지원에 주력했다.

메리놀의원의 치료 모습
메리놀의원의 치료 모습

1956년 9월 개원한 메리놀 병원은 수녀 의사 1명, 간호사 수녀 2명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의료선교를 펼치면서 1957년 2월 내과, 산부인과, 소아과로 시작해 외래진료를 실시했다.

당시는 병원이 없던 시절이라 진료를 위해 방문했던 사람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 병원 앞부터 증평 지서까지 500m나 되었고, 리어커를 타고 오는 사람, 길바닥에 누운 사람, 뱀에 물려 독이 퍼진 사람, 기타 악성 피부병에 걸린 사람들이 괴산, 진천, 음성, 주덕, 미원, 오송, 오창, 부강, 청주, 신탄진 등은 물론이고 제주도에서 까지도 올 정도였다. 특히 뱀독 치료로 유명해 충북은 물론 전국에서 찾아와 독을 빼고 상처를 치료했다.

메리놀의원은 1976년 증평수녀의원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산아제한으로 소아과 업무가 줄고 국민건강에 대한 책임이 정부의 권한으로 넘어가는 등 의료환경이 급격히 변하며 1987년 폐업이 결정된 뒤 3년간 더 운영되다 1990년 8월 31일 문을 닫았다.

메리놀의원의 치료 모습
메리놀의원의 치료 모습

이후 메리놀의원 건물은 2015년 성당을 새로 지으면서 철거해 그 자리는 현재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길 건너편 부속건물이었던 시약소가 남아 있다. 이곳에서는 진료와 치료, 시약(약을 나눠 줌)을 했다.

증평성당은 이 시약소 건물을 새 단장해 지역민들에게 개방하고, 시민단체나 공공기관의 공적·사적 모임장소로 대여하기로 하고 이를 기념하기위해 이날 '메리놀 병원 시약소 부활기념 미사'를 가졌다.

이문재 증평성당 평협회 부회장은 "이번 행사는 과거의 전통을 현대적 의미로 계승 부활해 지역사회와 주민들에게 메리놀 정신을 나누고자 하는 것"이라며 "또한 앞으로 종교가 사회와 지역주민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함께해야 하는지, 어떻게 동반자가 되야 하는지를 선구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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