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류중현 충북에너지고 수석교사

내가 사는 아파트는 아이들을 위한 숲과 놀이터가 잘 조성되어 있다. 아이들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한 놀이터를 보고 있으면 어릴 적 소꿉놀이하던 추억이 떠오른다. 누구는 아빠 역할을 하고 누구는 엄마 역할, 아기 역할, 이웃집 아주머니 역할을 한다. 놀이에 빠져들다 보면 진짜 아빠, 엄마가 된 것처럼 제법 어른 흉내를 낸다. 무에 그리 할 일이 많은지 하루 낮을 온통 소꿉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처음 교직에 들어왔을 때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함께 놀고, 공부하고, 친근한 담임 선생님이 되었다. 같은 날의 반복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서 과제를 점검하고, 수업하고,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개별 학생 기초학력 지도를 한다.

장자의 제물론(齊物論)에 보면 '호접지몽(胡蝶之夢)'이 있다.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었는데 훨훨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것이 스스로 기뻐 제 뜻에 맞았더라! 그래서 장자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깨어보니 장자가 되었다. 알지 못하겠다.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가?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된 것인가?"

생각해 보면 처음 교직에 들어왔을 때 나는 교사라는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어른이 아니면서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처럼, 그동안 보고, 듣고, 꿈꿔오던 교사의 모습을 흉내 내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 군대 다녀온 장성한 자식을 둔 50중반이 된 지금, 나는 어른이 된 것인가? 아니면 어른 흉내를 내는 소꿉놀이를 하고 있는 것인가?

류중현 충북에너지고등학교 수석교사
류중현 충북에너지고등학교 수석교사

한 가지는 확실하다. 초임 교사 시절에는 교사의 역할과 모습만 보였다면, 지금은 학생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학생 개개인의 아픔을 읽어주고 과한 것은 덜어내고 부족한 것은 채워준다. 나는 하나의 꿈에서 깨어난 것이다. 세상에는 언제나 나비도 있고 장자도 있다. 같은 모습 같은 행동이 있지만 그것을 구별하는 것은 우리 인식의 깨달음과 실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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