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충북도지사 /김명년
이시종 충북도지사 /중부매일DB

관선 군수와 시장에 이어 선거직에 도전해 민선 시장과 국회의원, 민선 도지사로 8전 8승이라는 불세출의 기록을 남긴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이달 말로 만 50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한다.

충주 출신으로 청주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충북도 사무관으로 공직에 발을 디딘 그는 영월군수와 충주시장 내무부 지방자치기획단장 등을 거친 뒤 1995년 첫 민선 충주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뒤 내리 3선을 역임했다.

이어 17대와 18대 재선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충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연거푸 3선에 성공하며 임명직 23년, 선출직 27년 도합 반백년의 세월을 공직에 바쳤다.

공직자의 길을 걸으면서 승승장구한 이시종 지사를 가리켜 흔히들 "관운이 억세게 좋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는 관운이 좋다기 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온 인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지사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8전 8승이라는 우리나라 정치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인물이어서가 아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관리에 엄격한 공직자였기 때문이다.

이시종 지사의 부인에게는 아직까지 여권이 없다.

해외여행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을 찾기가 오히려 힘들어진 지금 시대에 도지사의 부인이 해외를 나가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선뜻 믿기 힘들겠지만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충주시장 재직시절 시청 앞 할인매장에서 단돈 5만원짜리 양복을 구입해 자랑스럽게 입고 다녔던 그가 즐겨먹는 음식은 주로 칼국수나 보리밥, 자장면 등이었다.

이 지사는 찢어지게 가난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스스로 학비를 벌어가며 우여곡절 끝에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합격으로 공직에 몸을 담게 됐다.

그의 청빈함과 검소함은 가난했던 어린시절부터 몸에 배어있었다.

그는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혈세를 자신의 쌈짓돈 쓰듯하는 여느 선출직들과는 분명 달랐다.

공직자로서 자신의 생활에 대해 스스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오죽하면 그가 총리나 장관 후보로 거론되며 하마평에 오를 때 "이시종 지사는 인사청문회에서 탈탈 털어도 먼지 한톨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이 지사는 반백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할 때까지 공직자로서의 역할을 잠시도 잊지 않았다.

일부에서 그를 '한국의 잠롱'이라고 칭하는 것도 지나치지 않다.

그는 주민을 섬기는데 최선을 다했다.

항상 주민이 우선이었고 자신의 생활은 뒷전이었다.

8전 8승이라는 대기록 뒤에는 조촐하다 못해 초라한 그의 삶이 숨겨져 있었다.

그는 오로지 일 밖에 모르는 대표적인 워커홀릭이다.

이 지사는 스스로 "나는 국가의 녹을 가장 오래 받아 먹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국가의 녹을 먹은 만큼, 녹봉을 제공한 주민들을 위해 일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후배 공직자들이 귀감으로 삼아 되새겨야 할 자세다.

자신의 영위보다 주민의 안녕을 우선으로 여기며 반백년 공직을 마감하는 이시종 지사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다만 그와 같은 공직자를 찾아보기 힘들어진 현실에 씁쓸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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