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창석 전 공주문화원장

초연히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비목(碑木) - 한명희詩,  장일남曲

1970년대 유행했고 중·고교 음악교과서에도 실린 국민 가곡 '비목'의 가사다. 

이 가사는 전문 시인이 아닌 전방에 배속된 한 초급장교에 의해 만들어진 노래 가사다. 

지금부터 72년 전에 벌어졌던 6·25 전쟁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상에서 일어난 최대의 전쟁이다. 대한민국과 16개 연합국, 북한과 중국, 소련의 20개국 뒤엉켜 싸운 국제전이었다. 

전쟁의 참상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는데 1951년 UN군 초대 사령관 맥아더 장군의 미 의회 청문회에 행한 발언에서 그 참상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평생을 전쟁터에서 보낸 본관과 같은 군인에게도 이러한 한국의 비참함은 처음이어서 무수한 시체를 보았을 때 구토하고 말았다"고 증언했다. 

한국 전쟁에서 남북한 인명 피해가 약 520만명, 중공군, 유엔군의 피해가 100만명이 넘었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남북한 군인들의 피해 못지않게 민간인의 희생이 많았는데 이는 세계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처참한 골육상잔이었다. 전재민이 200만 명에 이르렀고 전체 국민의 20~25% 아사직전을 헤매고 있었다. 

이렇듯 6·25의 3년 전쟁으로 남북한 모두가 처참하게 파괴됨으로 국토는 피폐하게 되고 민생은 토탄에 빠졌었다. 

그러나 썩어가는 웅덩이 속에서도 장미꽃을 피우고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지금은 세계적인 선진국이 된 것이 바로 우리나라이고 우리 민족이다.

7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6월 21일 대한민국은 온 나라가 환호의 물결이었다. 순전히 우리 돈과 기술로 우리 젊은이들이 우리 땅에서 쏘아 올린 인공위성 발사가 성공했고, 이어서 700㎞ 상공 궤도에 안착했으며 지구와 쌍방향 교신이 이루어져 지금은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7대 우주강국이 된 것이다. 

70년 전 만 하더라도 우리는 개인 화기 M1 소총 하나 못 만들던 나라였다. 서양인의 체형에 맞게 개발된 M1 소총이 너무 길고 무거웠다. 

나도 작은 나의 키에 맞지 않게 크고 무거워 훈련병 시절 그 총을 질질 끌고 다녔던 기억이 새롭다. 총알 하나 그리고 겨우 사거리 300~400m 밖에 안되는 발사체조차 못 만들던 나라가 지금 우주에 무엇이든 쏘아 올릴 수 있는 발사체를 개발한 것이다. 정말 대단하고 감개무량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감동만 하고 자만하며 으스대기만 할 일이 아니다. 70년 전. 우리가 공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많은 지구촌 이웃들이 이곳에 와서 피를 흘렸다. 

우리가 굶어 죽기 직전에 주변의 많은 나라가 원조로 우리를 먹여 살렸다. 이제는 우리가 과거의 보은을 하지 않으면 아니된다.

지금 아프리카를 비롯한 최빈국에서는 8억명 이상의 인구가 기아 선상에서 허덕이고 있다. 

깨끗한 물을 못 마셔 질병과 죽음을 맞는 사람들이 지구상에 22억명이나 된다. 이런 참상에서 선진국 대한민국이 할 일들을 찾아 70년 전의 우리 입장을 생각해 보면서 그들을 도와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잘 아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말이 있다. 우리가 선진국이고 부자 나라라면 그만큼 지구와 이웃 나라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지구가 당면한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위기, 환경위기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우리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최창석 전 공주문화원장
최창석 전 공주문화원장

70년 전 비참했던 나라에서 이제 선진국으로 우뚝 섰고, 모든 국민들은 단군왕검이 개국한 이래 최대의 행복을 구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글로벌 사회에서 매너있는 선진시민으로, 국제 사회에서는 경제 역량에 버금가는 책임있는 행동으로, 지구촌 기후위기와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범선진국이 된다면 세계 모든 나라들이 우리나라를 존경하고 우러러볼 것이다. 

그러면 우리 대한민국은 70년 만에 최악에서 최선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면 몰라도 우리나라는 그렇게 '할 수 있다'라는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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