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2년 전 제천시 교동에 위치한 한 커피숍에서 유일상, 하순태 제천시의원과 커피를 마시던 중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때 시간은 오후 4~5시 께.

당시 총선에 출마하는 엄태영 후보였다.

엄 후보는 다급한 목소리로 "오늘 오후 6시쯤 유일상과 하순태를 만날 수 있게 자리좀 마련해 줘"라고 말했다.

유일상 의원과 하순태 의원은 나와는 나름 친분이 있는 관계였다.

엄 후보의 부탁에 나는 그가 지정한 제천 중앙동의 한 중화요리 집으로 두 의원을 안내했다.

유·하 의원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인물들이다.

그 당시 당협위원장은 권석창 전 국회의원이었다. 때문에 이들에게는 '권석창 사람' 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다녔다.

공교롭게도 유 ·하 의원은 2020년 총선 경선에서 엄태영 후보가 아닌 박창식 전 국회의원을 지지했다.

정리하자면, 박창식의원이 경선에 떨어지자 엄 후보자가 곧바로 두 의원에게 SOS를 친 것이다.

당시 엄 후보의 상대는 이후삼 전 국회의원(민주당).

국회의원의 손과 발이 되는 제천지역 민주당 시의원은 8명, 이에 반해 국힘 시의원은 5명 뿐이다.

숫적으로도 열세인데다 유 ·하 의원까지 돕지 않는다면 어려울 수 있는 상황.

게다가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더하면서 엄 후보에게는 이후삼의원이 그리 쉬운 상대는 아니였다.

해서 두 의원의 도움이 더욱 절실했을 것이다.

엄 후보자가 중화요리 집에서 두 의원에게 건넨 말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는 수십년간 정치를 해 오며 슬펐던 일, 괴로웠던 일들을 '참용기(참고 용서하고 기다린다는 뜻)'로 표현하며, 지난 과거는 모두 잊자고 했다.

덧붙여 2년 후에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공정한 공천을 하겠다"며 자신을 도와달라고 제안했다.

두 의원들은 엄 후보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고, 엄 후보자를 위해 '선봉장' 을 자처했다.

결국 이들의 눈물겨운 노력에 힘 입어 엄 후보는 이후삼 의원을 압도적으로 이겼다.

하지만 공정한 공천을 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두 의원은 지난 6.1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채 무소속 기초의원으로 출마해 낙선했다.

엄태영 국회의원이 취중에 했던 말이 왠지 '짜여진 각본'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화장실에 들어갈때와 나올때의 마음이 틀리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엄 의원은 이번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지지했다.

그의 지지선언에 제천·단양 일부 당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이런 논리라면 2년 후 다가오는 총선 경선에서 엄 의원이 공천 배제가 되더라도 할 말은 없을 것 같다.

지방선거가 끝난지 한달여 시간이 다 돼 간다.

당선인들은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하루하루를 기쁨에 찬 모습이다.

이들이 4년 후 유·하의원 처럼 뼈아픈 상흔을 받지 않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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