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달 31일 2021 온라인 세계무예 마스터십 택견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
2021무예마스터십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DB

김영환 충북지사 당선인이 세계무예마스터십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퇴임을 앞둔 이시종 충북지사가 지난 24일 자신의 고향인 충주시를 찾아 무예를 지켜줄 것을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임기를 며칠 남겨두지 않은 이 지사가 고향민들에게 무예 사수를 호소한 것은 무예마스터십 폐지 우려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무예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충주시장 재직시 충주세계무술축제를 개최하고 충북지사로 당선된 뒤에는 이를 바탕으로 무술올림픽인 세계무예마스터십을 탄생시켰다.

또 충주에 본부를 둔 세계무술연맹을 발족시키고 각고의 노력 끝에 유네스코국제무예센터를 충주에 유치하는 등 선제적인 노력을 통해 충북을 세계 무예의 중심으로 자리매김시켰다.

하지만 그가 추진했던 무예관련 각종 사업은 선거 때마다 경쟁 후보 등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6·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영환 충북지사 당선자도 선거 기간 내내 무예마스터십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당선 이후에도 "세계무예마스터십 관련, 예산 집행 내용을 꼼꼼히 살피고 실제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 인수위에서 점검하고 최종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폐지나 축소 가능성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16년과 2019년 청주와 충주에서 각각 열린 무예마스터십은 비용대비 효과 등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같은 단편적인 문제만으로 무조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신중히 재고해야 한다.

충북이 명실상부한 세계 무예의 중심 고장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다.

충주세계무술축제 개최를 계기로 20년 전 충주에 본부를 두고 설립된 세계무술연맹은 현재 46개 국, 67개 무술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세계무술연맹은 2018년에 남북이 공동 등재한 씨름 등 총 10개 국, 11개 무술을 대표하는 단체들의 협의체인 유네스코등재무술진흥위원회도 발족시켰다.

대한민국 정부와 유네스코 간 협정에 따라 설립된 국제기구인 유네스코국제무예센터도 충주에 사무국을 두고 있다.

이같은 노력들이 뒷받침된 세계무예마스터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무예인들이 20여 종목에 참가해 기량을 겨루는 세계 유일의 국제종합무예 경기대회다.

'무술올림픽'이라는 말이 손색 없는 세계 최대 규모다.

WMC(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는 유네스코 상임 자문기구로 IOC 등과 비교되는 국제기구로 GAISF(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 회원자격도 얻었다.

이처럼 오랜 기간 공을 들여 마련한 무예마스터십을 수장이 바뀌었다고 하루 아침에 폐지하는 것은 국제적인 신뢰성에도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폐지를 주장하는 일부의 주장에만 귀를 기울이거나 힘을 실어서는 안된다.

문제점이 있다면 개선하고 보완해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결정에 정치적인 고려가 개입돼서도 안된다.

김영환 당선자의 합리적이고 슬기로운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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