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메리놀의원의 치료 모습
과거 메리놀의원 전경

6·25전쟁 이후 열악했던 의료환경 속에서 환자 진료와 치료, 건강증진에 큰 역할을 했던 '증평성당 메리놀의원 시약소'가 주민들의 열린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증평성당은 지난 26일 메리놀의원 시약소 부활 미사와 개소식을 개최했다. 이날 부활한 시약소는 환자가 진료와 치료를 받고 약 처방을 받던 곳이다.

메리놀의원은 6·25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60여년 전 충북의 작은 도시인 괴산군 증평읍에 문을 열었다.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 이태준 신부가 메리놀수녀회에 충북지역 의료선교를 요청했고, 아시아 지역의 전교를 위해 창설된 이 병원은 1956년 9월부터 1990년 8월까지 34년간 전쟁 복구와 의료·사회사업에 힘썼다. 개원 당시 이 곳에는 수녀의사 1명과 간호사 수녀 2명이 파견됐다.

메리놀의원은 개원 1년 후인 1957년부터 내과, 산부인과, 소아과를 시작으로 외래진료를 실시했다. 그 때만 해도 병원이 없던 시절이라 진료를 위해 방문했던 사람들이 새벽부터 병원 앞에서부터 증평지서까지 500m 넘게 환자와 그 가족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리어커를 타고 온 사람, 길바닥에 누운 사람, 뱀에 물려 독이 퍼진 사람, 악성 피부병에 걸린 사람. 특히 뱀독 치료로 유명해 충북은 물론 제주 등 전국에서 뱀에 물린 사람들이 찾아와 독을 빼고 썩어가던 상처를 치료 받았다. 1963년에는 예방의학클리닉을 개설해 42명의 아이가 처음 예방접종을 받았으며, 1965년 공중보건실 운영, 1966년 약사보조·간호조무사·학생간호사를 교육하는 직업교육훈련, 1967년 장기진료를 위한 사랑의 집을 운영했다. 이처럼 메리놀의원은 4-H운동과 재봉 등 여성직업교육에도 앞장섰다.

이후 메리놀의원은 1976년 증평수녀의원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산아제한으로 소아과 업무가 줄면서, 특히 국민건강에 대한 책임이 정부의 권한으로 넘어가는 등 의료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1987년 폐업이 결정된 뒤 1990년 8월 31일 문을 닫았다.

메리놀의원 본 건물은 지난 2015년 증평성당을 새로 지으면서 철거해 현재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길 건너편 부속건물이었던 시약소가 이날 주민들의 열린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일부 글자가 떨어져 나간 당시 현판을 찾아 새 글자를 붙여 '과거와 현재를 이어간다'는 의미를 담은 것도 눈길을 모은다.

증평성당은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 시약소 건물을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시민단체나 공공기관의 공정·사적 모임장소로 대여하기로 했다. 이번 메리놀의원 시약소의 부활은 과거의 전통을 현대적 의미로 계승함은 물론 앞으로 종교가 지역사회, 지역주민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함께해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고 있다. 또한 이국인들이었지만 전쟁 상처로 신음하던 한국 사람들을 정성으로 돌본 그들의 숭고한 박애정신을 잊지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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