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화가

붉은 능소화가 피더니 유월이 가고 있다. 유월은 유독 나라를 송두리째 흔든 전란이 많아 후손들은 6월 6일을 현충일 삼아 충정을 가슴으로 기린다. 내 목숨과 나라의 목숨을 맞바꾼 영령들의 뜨거운 심장이 단심화(丹心花)되어 무궁하게 피어난다.

1592년 임진왜란이 벌어지고 불과 7일 만에 상주까지 북상한 일본군의 공격을 받아 조선군이 대패한다. 상주판관 '권길', 종사관 '윤 섬', '이경류'는 전사하고 지휘관 '이일'은 구사일생하여 충주로 패주한다. '이일'의 참담한 패전에 당황한 '선조'와 조정은 오직 '조선 최고의 명장 신립'에게 의지한다. 6월 3일, 충주 탄금대에 배수진을 친 '신립'마저 불과 서너 시간 만에 일본군에게 궤멸된다. 전략적 요충지인 충주성은 함락되니 충주목사 '이종장'은 전사하고 장수 '신립'과 종사관 '김여물'은 자결한다. 이로써 북방의 여진, 말갈의 막강한 기마 병력을 압도하던 조선의 정예 기마군은 증발한다. '서애 유성룡'이 일본군의 신무기 조총의 위력을 경고하였으나 '용맹스러운 신립'은 시종일관 흘려듣고 만다. 적을 가볍게 본 교병필패(驕兵必敗)의 업과이다. 6월 4일, 혼비백산한 임금 '선조'는 미적거리던 세자 책봉을 단숨에 거행하고 조정을 둘로 나눈다. 졸지에 세자가 되더니 반쪽짜리 전시임금이 된 '광해군'은 등 떠밀리듯이 남쪽 바다에서 북쪽 함경도의 전선을 오가며 독전한다. 6월 5일,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아침, 선조는 황급히 한양을 빠져나와 정오에는 판문점, 저녁에는 개성에 도착한다. '설마, 설마, 믿었던 왕'이 황망하게 서울을 빠져나가자 분노한 백성들은 궁궐에 불을 지른다. 6월 7일, 수도 한양으로 일본군이 무혈 입성한다. 선조가 빠져 나가고 불과 2일 후, 전쟁이 시작되고 단 20일만이다. 선조와 대다수 관군은 썰물처럼 사라졌으나 조선의 백성은 스스로 의병이 되어 밀물처럼 일어난다.

1592년 6월 1일, 홍의 장군 '곽재우' 의병장이 의령 정암진 전투에서 첫 승리를 거둠으로 왜군의 예봉을 꺾어 버린다. 6월 16일(음5월7일) '이순신 장군'이 거제 옥포에서 첫 대승을 거둔다. 이로써 전라도에서 군량미를 탈취하려던 일본군의 전략은 분쇄되고 승리의 교두보가 마련된다. 7년의 분탕 뒤, 왜군은 물러갔지만 조선은 내분으로 날을 지새운다. 결국 자주적인 외교를 펼치던 '광해군'을 인조반정으로 끌어내린다. 임진왜란이 끝난 지 겨우 38년 만에 나라는 또다시 병자호란의 지옥으로 변했다. 재조지은의 사대이념에 갇힌 '인조'는 한사코 저물어 가는 명을 붙잡는다. 신흥강자 청 태종 '홍타이지'에게 무릎 꿇고 절을 올리는 '삼전도 치욕'을 당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헛되고 헛된 것들이 쌓이고 쌓여 1910년, 결국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다. 광복이 된 후 1949년 6월 26일, 독립운동에 모든 것을 바친 '김구 선생'이 남북의 충돌을 막고자 동분서주하다가 흉탄에 쓰러졌다. 이듬해, 1950년 6월 25일, 북한 김일성은 기습 남침을 함으로써 동족상잔의 비극이 터진다. 6.25동란은 인류 역사상 피해가 큰 4번째 전쟁이 되고 초토화 된 한반도의 허리에는 철조망이 지금껏 고착되어 있다. 1999년 6월 15일 제 1 연평해전이 벌어지고 2002년 6월 29일 북한해군의 기습포격으로 제 2 연평해전이 발발한다. 2010년 제1 연평 해전에도 참전한 '천안함'이 북한 잠수함의 어뢰공격으로 침몰된다. 그 후로도 북한의 핵능력은 계속 진화 하고 우리의 독자적 방어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2022년 6월,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북한군에 의한 서해 피살사건이 온 나라를 강타한다. 힘없는 국민을 향한 정치권력의 행태가 시간이 갈수록 수면위로 드러나고 이제는 그 끝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한반도의 6,25동란은 안팎으로 진행 중인 셈이다.

장영주/국악원 상임고문·화가.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화가

그 와중애도 2022년 6월 21일, 우여곡절 끝에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면서 '미사일 7대 강국'에 오른다. 적은 인원과 최소한의 예산으로 강대국들과의 경쟁에 뛰어든 지 불과 30년 만에 이룬 쾌거이다. 6월 29일 부터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나토정상회의에 초청되니 국력의 찬란한 꽃이 무성하게 피어난다. 이 여름 사리사욕의 헛된 것은 부디 썰물처럼 쓸려가고, 민관합동의 참된 정성만이 밀물처럼 쌓여 국운이 '누리호'처럼 비상하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