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세상을 살아 보니 쓴 소리를 해주는 어른과 이웃은 없고 우리 주변에는 많은 칭찬하는 소리, 아첨하는 소리 등만 넘쳐나고 있다. 칭찬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칭찬에 현혹되어 자만에 빠진다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이 세상에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의 따끔한 충고나 쓴 소리를 달게 들을 줄 아는 이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이화여자대학교 김옥길 총장이 부임인사에서 직원들에게 앞으로 나에 대한 칭찬이나 잘한다는 말은 삼가고, 나에 대한 결점이나 잘못하는 것에 대한 직언을 많이 해달라고 하였다.

처음에는 직원들의 직언에 대해서 겸허히 받아들이며 직언을 해준 직원들을 고맙게 생각했는데 세월이 3, 4년 흐를수록 웬일인지 칭찬을 해주는 직원들에게 정이 가고, 직언을 해주는 직원들이 서운해지기 시작하였다.

김옥길 총장은 직언을 해주는 직원들이 미워지기 시작하는 것을 깨닫고 총장을 물러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고 재단과 학교 측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총장직을 한번만 하고 물러나는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명심보감에 '나의 부족함을 말해주고 쓴 소리를 하는 사람이 바로 나의 스승이요. 나의 장점만을 말해주고 항상 칭찬하는 사람은 나를 망가트릴 사람이니라.'는 구절이 있다. 순자는 "나를 꾸짖으며 대해주는 사람은 나의 스승이고, 나를 올바로 대해주는 사람은 나의 벗이며, 나에게 아첨하는 자는 나의 적이다"라고 말했다.

좋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쁜 말은 누구나 해줄 수 없다. 나에게 있어 진짜 소중한 사람은 내 귓가에 달콤한 속삭임을 해주는 사람보다는 약간의 쓴 소리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쓴 소리를 한다는 건 상대방을 진심으로 위하기 때문에 자신이 욕먹을 것 각오하고 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달콤한 말은 당장은 꿀맛 같지만 우리의 내면을 병들게 한다. 반면에 진심으로 충고해주는 쓴 소리는 당장에는 아프지만 자신을 성장케 한다고 한다.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나에게 자꾸만 이런 저런 잔소리를 해주는 사람이 있을 때 내가 발전을 하게 된다. 아무런 잔소리도 없고 반대의견도 없으면 자기가 다 잘하는 것 같아서 발전이 없다. 나를 비난하거나 야단쳐주는 사람이 있을 때 그리고 라이벌이 있을 때 사람들은 발전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들이 나에게 쓴 소리를 하면 싫어한다. 야단쳐 주는 사람이 없으면 안하무인 독불장군이 되어 조금도 발전할 수 없게 된다. 보통 우리는 잘한 일은 자신이 잘난 때문이고 잘못된 일은 남에게 돌리며 탓한다. 자식이 잘못된 길을 걸으면 친구를 잘못 사귄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모두 자신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으로 돌리며 고치려 힘쓴다.

내 주변을 살펴보면 모든 면에서 귀감이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타산지석으로 삼아 스스로 채찍질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대상이 있게 마련이다.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탈무드에 보면 "나는 나의 스승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내가 벗 삼은 친구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내 제자들에게선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웠다"는 말이 나온다. 공자가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고 한 말은 학문을 하는 자의 올바른 태도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 '좋은 차는 입에 쓰다'는 옛말이 있듯이 누군가 듣기 싫은 얘기를 해 주는 것이 나에게 좋은 약이 되는 것이다. 쓴 소리를 하는 사람이 나의 진정한 스승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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