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김동우 논설위원

해외로 반출됐던 산수화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1531년 작. 작자 미상)가 일본 찍고 미국을 돌아 참으로 오랜만에 귀국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등이 올 3월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69만 3,000달러(한화 8억9700만 원)에 낙찰받은 국보. 보물급 문화재다.

제목부터 특이하다. 독서당을 출입하는 문신들의 모임인 '契會'를 참가자 이름과 관직을 넣어 묘사한 그림이다. 문신들이 독서당에서 독서하다 짬을 내 두모포(豆毛浦:서울 옥수동 한강 변)로 내려와 나룻배를 띄워 놓고 즐기는 풍류를 보여준다. 안개 너머로 흐릿하게 기와집도 담았다. 이게 독서당이다, 독서당 뿌리는 세종대왕이 처음으로 실시한 '사가독서제(賜暇讀書制)'다.

세종대왕은 1420년 집현전을 설치하고 선비를 뽑아 학업에 전념하도록 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늘 수불석권(手不釋卷)이었다. 지루함과 나태함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해결책의 하나가 사가독서제였다. 권 채 등 3명의 문신에게 먼저 긴 휴가를 주어 산사[藏儀寺:북한산 세검정 인근]에서 독서하도록 했던 임금의 명이 최초 사가독서다.

세조가 집현전을 폐지하면서 위기를 맞았으나 성종이 부활했다. 부활의 신호가 바로 독서당 건립이었다, 집현전 학사들이 휴가를 얻어 마음껏 책을 읽고 연구할 수 있는 장소다. "성 밖에 경치 좋고 조용한 땅에 독서 장소를 마련하라."는 성종의 명에 따라 독서당이 건립됐다. 1493년 성 밖 용산(龍山)의 암자에 지어졌다. 대청마루와 온돌방이 갖춰진 20여 칸의 규모다. 문인들이 더위를 식히고 추위를 견디기에 충분했다. 독서에 안성맞춤이었다.

군주는 독서 마당을 마련하고 휴가까지 주었고, 문신은 독서를 탐닉했다. 군주는 왜 그랬을까. 개인 지력은 국가 역량 강화로 이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독서는 어수선하고 닫힌 머릿속을 정돈하고 열어 건전한 사회건설에 이바지한다는 얘기다.

독서당에 비견되는 내부 통신망 운영으로 독서를 권장하는 기업이 있다. 충북의 향토기업이자 우량기업인 대신택배(회장:오흥배)다. 대신 임직원 누구든 '아침일지'라는 통신망에 자유롭게 독후감을 올려놓는다. 필력(筆力)에 따라 격려금을 받는다. 이 기업은 면장(面墻:담벼락을 마주 대하고 선 것 같이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견문이 좁음을 비유)을 알기 위해서는 독서만 한 행위가 없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논설위원

독서를 통한 정보와 지식의 습득은 지혜를 창출해 의사소통을 내실화한다. 의사소통에서 화자(話者)가 말하지 않은 뜻을 들을 수 있다. 그만큼 삶은 윤택해지고 회사와 사회는 튼실해진다. '독서는 입에 돋는 가시를 뽑아내는 핀셋이자, 마음 안에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임을 대신택배 임직원은 몸소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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