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차아리아 청주시 문의면행정복지센터 주무관

1월 13일자로 공무원이 된 나는 아기로 치면 이제 막 태어났는데 걷고 뛰라는 업무가 주어졌다. 사례관리와 후원 업무였다. 사례관리란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다양한 문제를 가진 대상자에게 공공·민간자원을 연계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해결 시까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대부분 갑작스런 질병, 장애, 실직, 사망 등으로 일상생활 영위가 어려운 단기, 장기 위험에 처한 분들이다. 용어도 생소한 나에게 무의탁 독거노인의 중증 암 투병 사례관리는 너무나 어려운 과제였다.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아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는 한가?'잠이 오지 않는 밤이 연속됐다.

오랜 가족관계 단절로 수술을 포기하려는 79세 무의탁 독거 남 어르신은"살만큼 살았으니 수술해서 몇 년간 생명을 연장 하는 게 의미가 없다"며 수술을 연신 거부했다.

그러나 나와 김문희 팀장의 지속된 병원동행에 힘을 얻더니 암환자 의료비, 후원(결연)금, 청주페이'기부 美'까지 자원이 척척 연결되는 과정에 감동하신 듯 드디어 수술을 허락하셨다. 친밀감 형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2월 말 어르신은 6시간의 대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현재 8차 항암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 본 주민들과 선배님들의 응원에 힘입어 나는 2022년 상반기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으로 선되는 영광을 누렸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당부였기에 중간보고가 필요한 항암을 동행하고 귀가하는 내 자신이 대견스럽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 날 구멍이 있다'는 옛말이 있다. 이 무렵 어르신에게 수술 후 다양한 서비스와 후원금품 연계가 절실히 필요했는데 단비처럼 청주 페이 앱, '기부 美(아름다운 기부)'가 다가왔다.

올해 4월 26일부터 시작된 청주시 특수시책으로 지역화페인 청주페이 충전잔액을 이용해 기부에 동참하면 어려운 이웃도 돕고 연말 소득공제도 가능한 서비스다.

구체적으로 기부 美 메인화면에서 사연을 보고 기부를 클릭하면 되는데, 우리면 어르신 사연이 올라갔고 현재 200만원을 달성했다. 아직 목표액이 100만원이 남아있고 기일도 30일이나 남아있지만 시민들의 소중한 기부가 모여 어르신에게 든든한 힘이 되고 신규 공무원에게 보람을 준다.

난생처음 종합병원에 보호자로 동행한 첫날의 두근거림을 잊을 수 없다. '중증 암으로 어르신이 갑자기 돌아가시면 어쩌나? 가족과 연락도 안 되는데 혹시 내가 장례라도 치르게 된다면 어쩌나?'무서웠다.

차아리아 청주시 문의면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차아리아 청주시 문의면행정복지센터 주무관

5개월이 지난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평생 한 번 가보기 힘든 종합병원을 내 집처럼 종행무진 한다. 예약하고 번호표 뽑고 진료과도 잘 찾아 어르신을 이끈다. 어디 이뿐인가 공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생겨난 맞춤형 복지, 사례관리가 왜 필요한지 절실히 공감하며 내가 존재하는 이유도 알고 있다.

"어르신 9차 항암은 7월 11일 7시 맞죠? 6시 30분에 집 앞에서 뵐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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