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 있었으면" 한 마디에… 산산조각 난 관광휴양지 꿈

대청호 건립 이후 수몰민들은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사무소가 있는 미천리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 대청호 착공 당시 국민관광휴양지로의 도약을 꿈꿨던 주민들은 40년이 넘도록 상수원보호구역 규제에 묶여 살아가고 있다. 사진은 미천리에서 바라본 대청호. /김명년
대청호 건립 이후 수몰민들은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사무소가 있는 미천리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 대청호 착공 당시 국민관광휴양지로의 도약을 꿈꿨던 주민들은 40년이 넘도록 상수원보호구역 규제에 묶여 살아가고 있다. 사진은 미천리에서 바라본 대청호. /김명년

[중부매일 신동빈·김진선 기자]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지역은 대청호 청주 취수탑이 있는 지역이다. 이로 인해 문의면은 극히 일부를 제외한 전역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되고 있다.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의 제한, 타 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금강유역환경청은 환경보호를 이유로 댐 건설 당시 지정한 규제방침을 40여 년째 유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정우택(청주 상당구) 국회의원은 대청호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완화를 지역공략으로 내세웠다. 특히 김 지사는 대청호를 중심으로 한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조성'을 중점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중부매일은 이번 취재를 통해 문의면 주민들의 숙원인 대청호 규제 개혁을 위한 선결과제 및 관광자원 활용을 위한 해법을 총 6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1975년 대청댐 건설이 시작되자 문의면 사람들은 소재지 주민이전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현재 면사무소가 있는 미천리 주변으로의 이주를 준비했다. 평생 삶의 터전은 잃었지만 그때만 해도 희망이 있었다. 대청호가 조성되면 국민관광휴양지로 개발된다는 기대감 덕이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대청호에 관광호텔을 세우고 유람선을 띄울 계획을 세웠다. 수몰민들에게는 모터보트 운영허가권을 내줬다. 마을주민들은 정부로부터 받은 수몰이주비와 사재를 털어 당시 집 한 채 값을 하던 모터보트를 샀다. 새로운 터전에서 새로운 삶을 준비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꿈은 대청호가 완공 1년 후 산산조각 났다. 신대리 일원에 에 짓던 건물이 전두환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로 확인되면서 모든 것들은 통제됐다.

마을사람들에게 국민연금공단 연수원으로 알려진 청남대가 전두환 별장(현 청남대)으로 바뀐 일화는 단순하다. 1980년 대청호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당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장)씨는 "이런 곳에 별장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 말에 대청호 기공 당시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국민관광휴양지 지정은 온대간대 없어졌다. 오직 군사보안시설로써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지역설계가 시작됐다.

청남대 조성이 문의면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다른 댐과 달리 문의면만 유독 콤파스로 원을 그린 듯 광범위한 상수원보호구역이 설정됐다. 주민들은 청남대만 없었으면, 지금처럼 상수원보호구역이 설정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모은다.

문의면 수몰부터 지금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본 김홍기씨는 "전두환 위원장 한마디에 모든 게 바뀌었다"며 "모터보트 체험시설은 문의면이 아닌 옥천 장계 쪽으로 사업지가 변경됐는데, 당연히 장사가 안 되니 다 망하고 흐지부지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에 그 삼엄한 시절 마을사람들이 데모도 하고 했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결국 대부분은 빚을 지고 마을을 떠났다"고 말했다.

대청호 일대에 상수원보호구역이 지정된 것은 지난 1980년 11월 24일이다. 대전 동구와 대덕구, 충북 청주시와 보은군이 포함된 총면적은 179㎢다. 이중 충북 청주시가 포함된 구역은 94.756㎢(문의·현도·남이·가덕면)로 시 전체 면적(940㎢)은 10분의 1에 달한다. 이중 대부분은 문의면 지역에 포함된다.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의 가장 큰 목적은 수질보전이다. 이를 위해 가축 사육이나 선박운항, 수면레저, 어패류 포획 및 양식, 하천구역 농작물 경작, 건축물 설치 등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건축물 설치가 제한되다보니, 흔한 카페조차 영업할 수 없다. 상수원보호구역 내에 땅을 가진 문의면 사람들의 경우 40년이 넘게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고 있다.

제한은 쉽지만 해제는 불가능에 가깝다. 40년이 넘도록 상수원보호구역은 3차례 일부 해제됐다. 다만 이는 행정적 착오 등이 이유로 주민들의 생활과는 크게 관계가 없는 사례였다.

금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2004년 대전(대덕구) 일부, 2017·2021년 청주 일부지역에서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조치가 있었다. 2004년과 2021년 해제는 신탄진 취수장 폐지에 따른 조치이고, 2017년은 이 지역 물이 대청호가 아닌 다른 천으로 빠지는 것으로 조사돼 유역 경계를 조정했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수도법 등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는 어렵다는 입장을 수십년째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문의면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애초에 과도하게 지정된 만큼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행정당국과 정치권이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동석 문의면 상가번영회장은 "과거 인권을 무시하고 진행된 대통령 별장사업 때문에 선량한 주민들만 수십년째 피해를 보고 있다"며 "최근 과거사위원회에서도 조사를 시작한 만큼 군부정권이 문의면 사람들에게 저지른 과오가 밝혀지고, 그간 눈물흘린 문의면 주민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주어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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