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성연동 국원고 수석교사

나의 아침 출근길은 지하 주차장을 나서서 희가로 아파트 옆 경사진 도로를 힘차게 액셀을 밟으며 좌회전 깜빡이를 켜는 일, 매일 반복하는 풍경이다. 6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출근길 풍경에 더해진 것이 현수막이다. '공공제 골프장 유치', 어느 시의원의 선거 유세 문구는 유세 기간 내내 마주칠 것이다. 나는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투표장에서 빨간 도장을 찍는 일 이외에는 없다. 내가 민주 시민인지 되묻게 되는 이유다.

교육감 후보 토론에서 한 후보가 학력 신장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질문을 던진 후보는 학력 신장에 의지를 보이는 것이고 상대 후보가 교육감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음을 묻는 것으로 표심을 자극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토론이 진행될수록 갑갑해진다. 학력 신장이 배움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대학 합격률 추이를 물은 것이다. 나는 학력 신장을 명문대 보내기로 규정하는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투표장에서 빨간 도장을 찍는 것 이외에는 없다. 내가 민주 시민인지 되묻게 되는 이유이다.

성연동 국원고 수석교사
성연동 국원고 수석교사

나는 학력을 명문대 보내기로 규정하는 데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게 규정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에 유네스코는 보고서에서 교육을 공동재로 채택하였다. 유네스코가 그렇게 채택한 주된 이유는 기후 위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 극복은 사회적 합의를 담보로 한다. 개인이나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금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기후 위기에서 벗어나기 불가능하다. 이런 시절에 지방 교육을 이끌 수장 후보가 서울대 합격률을 학력 신장과 같이 위치시켜 설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도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SNS가 대세인 요즘 '좋아요!' 에 클릭도 매우 조심스럽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 어떤 후보를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그 이유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도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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