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칼럼] 김동우 논설위원

지난 정권 때까지만 해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사전에 조율된 시간과 장소에서 가능했다. 이 방식은 준비된 질문과 답변만을 주고받는 등 다소 폐쇄적 이미지를 불식할 수 없었다. 대통령과 언론 간의 소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새로운 인터뷰 방식을 도입했다.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이다. '출근길 회견 혹은 약식 기자회견'이다. 이는 '정치인이나 주목받는 인물의 집 앞이나 기관 출입문 등에서 실시하는 즉흥 인터뷰.'를 일컫는다. 미국, 일본, 캐나다 등의 통치권자들이 즐기고 있디.

이 도어스테핑이 언론계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일단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기자들은 예상치 못한 대서특필 감을 얻을 수 있다. 대통령은 기자의 돌발성 질문을 통해 많은 현안이나 여론 등을 접할 수 있다. 언론이나 대통령 모두 기대 이상의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기자는 물론 대통령이 말을 아끼지 않는 데다 발언에 통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어제 하루 빠졌더니 많이 기다려졌어요?", 같은 달 24일 "질문 준비는 많이 하셨어요?"라고 취재진에 말을 거는 등 도어스테핑에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기자들보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더 즐기는 모양새다. 주객이 전도된 듯하다. 이러하니, 기자들은 새로운 기자회견 방식에 적응하느라 분주하다. 이처럼 도어스테핑은 언론과 더 밀접하고 역동적인 의사소통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예상치 못한 대통령의 말실수다. 국민에게 더 다가간다는 의욕이 과해 국가가 아닌 개인의 사고를 거침없이, 신중한 사유 없이 답변하는 경우 말이다. 특히 각 부처 간의 협의나 조율 없이 국가 정책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는 오류를 범할 우려가 크다. 임기응변식 답변일 수도 있다. 정답을 넘어서 지나치게 포장하는 첨언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가 이미 드러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답변이 적확하지 못하거나 아예 오답으로 이어지는 불상사가 일기도 했다. 국기문란 발언, 노동부 주52시간제 근무 개편추진에 대한 답변, 검사 출신이 내각에 너무 많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 장관 후보자 음주운전 논란에 대한 답변, 장관 임명 강행과 검증 실패에 대한 답변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중국 노자는 <도덕경(道德經:제5장)>에서 '다언삭궁 불여수중(多言數窮 不如守中)'이라 했다. '말이 많으면 처지가 궁색하다. 할 말을 마음속에 담고 있는 것만 못하다.'란 의미다. '물고기는 언제나 입으로 낚인다. 인간 역시 자기 입으로 걸린다. '<탈무드>. '화생어구(禍生於口), 재앙은 입에서 나온다. '라는 뜻이다. 중국 당나라 정치가 풍도(馮道)는 설시(舌詩)에서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 폐구심장설(閉口深藏舌) 안신처처뢰(安身處處牢)"라 했다.? "입은 곧 재앙의 문이요, 혀는 곧 몸을 베는 칼이니,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가는 곳마다 몸이 편하다."는 뜻이다.

나라를 위해 공을 세웠지만, 벼슬을 받지 못하자 원망과 불평만 일삼아 형장의 이슬이 된 장군 하약돈(賀若敦:중국 남북조 시대)은 처형 전 전장(戰場)으로 떠나는 아들[賀若弼]의 혀를 송곳으로 구멍을 냈다. 말로 빚어진 자신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강력하고 처절한 경고였다. 부전자전이라 할까. 그 역시 말이 많아 죽임을 당했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논설위원

도어스테핑. 국민을 대신하는 언론과 격의 없는 의사소통 방법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소통이 원활하다고 해서 반드시 그 소통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돌발성 질문에 비이성적 답변이 돌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치권자의 발언은 국가적으로 파급력이 크다. 통치권자의 발언에 완벽한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말보다 듣는 양이 많아야 한다. 귀 기울여 듣는 '경청(傾聽)'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유념해야 할 것은 언론 너머에는 도끼눈을 지닌 국민이 있다는 거다. 도어스테핑 도입이 구별 짓기거나 이벤트성이라면 더 늦기 전에 종전 방식으로 회귀함이 어떨까?

도어스테핑이 시행착오 끝에 황혼 녘에 날아오르는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될지 아니면 땅거미가 두려워 서둘러 귀소하는 잡새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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