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미호강(江)이 되었다. 7월 7일 환경부장관은 미호천의 국가하천 구간의 명칭을 미호강으로 변경하여 고시하였고, 같은 날 충청북도는 미호천의 지방하천 구간의 명칭을 미호강으로 변경하여 고시하였다. 청주 도시문명과 미호 생명문화를 잉태한 젖줄, 마침내 미호강 시대가 본격화되었다. 미호강상생협력추진기획단이 2017년 5월 미호강 유역관리의 10대 원칙과 방향을 담은 '상생의 미호토피아 선언'을 하며 미호를 생명의 강으로 부르자고 결의한 지 5년만에 이루어진 성과이다.

미호강은 음성군 망이산성에서 발원하여 진천과 청주를 지나 세종시 합강리에서 금강에 합류되는 길이 89.2㎞의 국가하천이다. 미호강은 대표적인 모래하천으로서 물을 품어주고 뿜어주며 걸러주는 기능이 탁월하다. 덕분에 멸종위기 한국 특산어종인 미호종개의 최초 발견지이자, 마을을 지키는 황새가 가장 오랫동안 둥지를 틀었던 곳이다. 살기 어려운 생명들도 살아갈 수 있던 곳, 이처럼 미호강 유역은 뭇 생물이 살아온 생명의 터전이었다.

생명의 터전은 사람들이 살기에도 좋다. 미호강이 빚어놓은 넓고 기름진 평야지대는 구석기 시대로부터 소로리 볍씨 유적을 포함한 농경문화를 싹틔웠고 금속활자 직지로 대표되는 청주의 찬란한 역사를 꽃피웠다. 생명농업과 첨단산업의 입지와 신수도권 조성의 기반을 제공하였다. 이렇듯 미호강은 생태환경, 역사문화, 산업경제적 가치를 함께 품어주던 상생의 강이었다. 하지만 과도한 유역개발은 환경오염을 초래하였고 하천 생태계를 훼손하였다. 맑은 물과 넓은 모래밭이 사라지자 사람들의 관심과 미호강의 존재감도 희미해졌다.

통합청주시 출범, 세종특별자치시 조성과 함께 미호강의 가치도 다시 조명되었다. 2014년 함께 소로천가꾸기로 시작한 시민사회의 노력은 '미호강 상생협력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물환경 보전과 상생의 유역공동체 실현을 위한 대장정의 시작이었다.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는 2016년 미호천포럼과 2021년 미호강유역협의회 발족으로 결집하였다. 2019년 금강유역환경청은 '미호천 수질개선을 위한 민관합동 특별대책'을 수립하였으며 2021년 충청북도는 '물이 살아있는 미호강 프로젝트' 구상을 발표하였다.

충청북도 미호강 프로젝트는 수질을 1급수 목표로 복원하고 수량을 대량 확보하며 친수여가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2022~2032년까지 총 6,500여억원을 투자하여 물이 살아있는 미호강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8억원 규모의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3년 상반기에 종료될 예정이다. 당초에 프로젝트의 부제는 '미호토피아, 물고기가 노닐고 철새가 찾아오는 미호강'이었다. 오랫동안 시민사회 차원에서 추진해 온 상생협력 프로젝트의 방향과 내용을 일부 반영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이 어떻게 채워질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좋은 프로젝트는 참여형 계획 수립이 전제되어야 한다. 대형 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협력적 사업 실행이 동반되어야 한다. 강 사업은 원칙과 방향을 놓치는 순간 4대강 사업의 아류로 전락할 수 있다. 시민사회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고 지역주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 강은 모든 것을 품고 흐른다. 미호강 프로젝트 역시 도민들의 총의를 모아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수많은 바람과 아이디어를 담아내고 다양한 이견과 쟁점을 품어내야 한다. 제대로 이끌어 가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협의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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