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명환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전국 시·군·구의 무려 절반 가량이 소멸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최근 조사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4월 지방소멸을 특집으로 발간한 계간지 '지역산업과 고용' 에서 통계청의 주민등록인구 자료와 월별주민등록인구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 3월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113곳으로 전국 228개 시·군·구의 약 절반(49.6%)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부에서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 같은 지방소멸 위기가 확산되면서 지방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지방 활성화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추진되고 있는 각종 지역활력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보다 근본적인 대안마련 필요성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인구 정책을 펼쳐왔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시대에 따라 인구정책은 달라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1960년대의 인구정책 표어는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 꼴을 못 면한다', 1970년대의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80년대의 '셋부터는 부끄럽다'에 이어서 '둘도 많다'고 했다. 지금의 사회와는 사뭇 다른 산아제한 정책의 표어로 당시는 인구의 과도한 증가로 인해 사회경제적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고 국가의 발전 또한 늦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부터는 '딸·아들 구별 말고 많이 낳아 잘 기르자'와 같은 출산장려정책으로 바뀌었다.

인구 증가율이 1%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으로 그 뒤로도 출산 장려를 위해 무려 10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지만 여전히 출산율은 일본을 능가하는 세계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동시에 세계 국가 중 한국의 현 상태를 보자면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속도로 나아가고 있으며, 동시에 심각한 수준의 저출생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으며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지면서 인구가 자연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인 '인구 데드크로스' 마저 발생하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그렇기에 전국 지방의 지자체마다 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고 인구 빼가기 전쟁을 하고 있지만 실제 인구 증가율은 오히려 주춤하거나 더 줄어들고 있는 상황으로 결국 정해진 인구를 두고 지역 간의 소모적인 경쟁, 즉 제로섬 게임을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더 나아가 '인구 절벽', '인구 쇼크', '인구 재앙', '지방 소멸' 등 우리나라의 절망적인 인구감소 현상을 보여주는 단어도 태생되고 있다. 특히 '지방소멸'이란 용어는 우리보다 인구 절벽을 먼저 마주했던 일본에서 처음 언급됐는데, 저서를 통해 이 위기를 알린 사회학자 마스다히로야는 가임기 여성 인구의 유출에 주목해 소멸 가능성을 판단한 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를 토대로 '지방소멸 위험지수'를 정의하고 있다.

'지방소멸 위험지수'란 그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수와 관계없이 20세에서 39세 사이의 가임기 여성 인구의 수를 65세 이상 인구의 수로 나누면 지방소멸 위험지수가 된다. 특히 농촌지역은 '지방소멸' 위험으로부터 절대 자유롭지 않다. 물론 '지방소멸 위험지수'는 감소에 대한 경고를 보내기는 하나, 별다른 대안 없이 지방과 농촌에 대한 부정적 위기감을 가중시킨다는 의견 및 사회적 인구는 포함이 되지 않았다는 한계도 있지만 필자는 농촌지역의 구체적인 인구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의미한 데이터라고 생각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작년 조사한 '2021년 농어촌서비스 기준 달성 정도 점검 결과'에서도 농촌의 열악한 교육·의료·복지·정주·경제 여건이 여실히 드러났다. 주요 조사 항목은 ▷보건의료·복지 ▷교육·문화 ▷정주여건 ▷경제활동 등 4개 부문 19개 항목으로 보건의료·복지와 교육·문화 부문은 모두 목표 수준에 도달했지만 일부 항목은 오히려 달성도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부모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유아 보육·교육 항목이 악화되어 농어촌 어린이집과 유치원수가 2020년 5천850곳에서 지난해 5천768곳으로 감소하면서 가구에서 어린이집·유치원까지 차(시속 32.2㎞)로 걸리는 시간이 2020년 5.8분에서 지난해 9분으로 대폭 늘었다.

평생교육 접근권이 있는 주민비율(목표 수준 70%)도 같은 기간 88.2%에서 79.1%로 떨어졌으며 타 항목도 최소한의 인프라만 확보됐다는 의미지 도시와 비교해 농촌의 정주여건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으로 도시에서는 도보로 손쉽게 갈 수 있는 병원에 농촌은 여전히 '의료 사각지대'로 놓여 있다.

전명환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전명환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인구는 시대에 따라, 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동해왔고 그 조건에는 지역의 일자리, 환경, 복지, 교육 등 더 나은 환경이 중요시됐다. 지역의 발전으로 인해 사람이 늘어나는 것과 농촌지역의 슬럼화로 인하여 사람이 줄어드는 것 또한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제로섬 게임과 같은 뺏고 뺏기는 인구 유입을 목적에 둔 정책보다는 주민의 정주여건을 고려한 인구정책이 필자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피력코자 한다. 결국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인구의 유입, 출산율, 숫자, 통계 등이 아니라, 사람이 지역에 잘 살아가고, 아이를 낳고 싶고, 더욱 살기 좋은 정주여건을 가진 농촌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농업계의 일원인 필자는 주장해 본다.

키워드

#기고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