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시민기자가 바라보는 세상풍경
김정호 시민기자(청주시 상당구 명암로)

사랑새 모이체험

동물의 부드러운 털을 만지는 것을 상상하면 마음이 편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에게 오랜 시간 길들여진 개나 고양이는 낯선이의 손길도 허락한다. 그러나 개나 고양이라도 그럴 기분이 아니라면 만지는 것을 그만 두는 것이 좋다. 우리개는 물지 않는다는 주인의 무한신뢰에도 물거나 할퀼 수 있다. 또 싫지만 저항하지 못하는 약한 동물을 억지로 만지는 것은 폭력적으로 보인다.

새끼호랑이 만지기 체험 

과거 청주동물원에서는 갓 태어난 야생동물들을 만져보는 행사가 인기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번씩 만져보는 행사가 끝난뒤 새끼 동물들은 꽤나 지쳐보였다. 또 몇년전 사랑새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 행사도 있었다. "손바닥위에서 느껴지는 작은 생명의 감동을 느껴보세요" 라는 안내문구로 체험이 시작됐다. 아이들은 즐거워했지만 정작 사랑새들은 체험전 굶어야 했다. 훈련되지 않은 사랑새가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며 손바닥위에 내려앉는 것은 사전에 연출된 배고픔으로 가능해진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 먹이주기를 하고 싶은 아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동물원 동물이 아이들에게는 경계심을 푸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동물과 아이, 영혼이 선한 존재끼리의 자연스러운 교감을 어른들의 과한 설정으로 방해한 것은 아닐까?

동물에 대한 사람의 호기심은 원초적이다. 불과 몇 만년전 사람은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야생동물과 먹고 먹히고 경쟁하고 때론 친구가 되었을 것이다. 만진다는 행위는 호기심 충족을 위한 적극적인 방법이지만 동의하지 않는 동물, 특히 야생동물에게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사람과 동물 다 만족할만한 대안이 없을까?

해먹에서 놀고있는 반달가슴곰
해먹에서 놀고있는 반달가슴곰

청주동물원에서는 코로나로 중단됐던 동물행동풍부화 동아리를 다시 준비중이다. 동물행동풍부화는 동물원에 갇혀있는 동물들이 무료하지 않게 여러 자극을 주는 활동으로 동물들의 놀이시설과 장난감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코로나전 동아리에서는 소방서에서 제공해준 폐소방호스를 활용하여 곰들이 올라가 놀 수 있는 해먹과 바닷가에서 주어온 해양쓰레기로 장난감 공을 만들어주었다. 동아리 회원들은 해먹과 공을 가지고 노는 곰들을 한참동안 바라보며 곰들만큼이나 행복해졌다. 동아리에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도 있었는데 아이들이 놀라운 아이디어로 동물 장난감을 설계하는 모습에 부모들의 표정이 흐뭇했다. 동물원이 야생동물들이 살던 자연을 감히 흉내 낼 수는 없겠지만 동물행동풍부화로 무료한 동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앞으로도 동물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강요된 배고픔이 아닌 뛰노는 즐거움이길 바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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