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김성우 충북재활원장

7월이 시작되면서 도로교통법 개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교차로 우회전 차량 통행방법에 대한 새로운 내용이 언론을 통해서 안내되고, 인터넷 상의 다양한 커뮤니티와 영상을 통해서도 끊임없이 새로 바뀐 도로교통법에 대한 내용이 설명된다. 또한 삼삼오오 사적인 모임에서도, 교차로 차량 우회전에 대한 이야기와 개인들의 의견들이 개진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10여년 전 독일에서의 경험이 생각났다.

독일 유학 중에 차량을 빌려 운전을 하게 될 일이 생겼다. 한국과 독일 간의 외교조약을 통해 별도의 교육이나 시험 없이, 한국 면허증을 제출하고 독일 운전면허증을 바꿀 수는 있었으나 막상 직접 운전을 하려고 하니 많은 걱정이 앞섰다. 눈에 띄는 다른 점들은 숙지할 수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친하게 지내던 독일 친구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독일에서 운전을 할 때 주의해야 될 내용이나 법규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친구의 첫 번째 말이 너무나 뜻밖이었다. 바로 독일에서 운전을 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약자를 생각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와 자전거가 만나면 자전거를 우선시해 주고, 자전거와 보행자가 만나면 보행자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자동차와 보행자 사이에서는 무조건적으로 보행자가 먼저라는 것이다. 물론 독일도 구체적인 도로교통법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도로교통법을 아우르는 대전제가 있고, '약자를 먼저 생각해 주어야 한다'는 대전제를 설명해 주는 친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성우 충북재활원장
김성우 충북재활원장

국가와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지내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따라야 될 '법'과 '규칙'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법과 규칙을 우리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지키지 못했을 경우 우리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 하지만 우리가 이성과 양심에 따라 자연법만을 따라 지낸다 하더라도 큰 문제들을 피할 수 있다. 구체적인 지침이나 세칙들도 마찬가지이다. 필요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법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가 준수해야 될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관점으로 구체적인 개정이 이루어지고, 이에 대한 홍보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법개정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언론의 보도나 국민들의 인식이 '범칙금' 여부에만 치우쳐 있다면, 더욱더 중요한 이 법이 만들어진 이유가 무엇인지는 외면될 것이다. 우리 또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는 약자들을 먼저 보호해 주는 운전문화가 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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