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칼럼]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본캐', '부캐'라는 말이 있다. 본캐는 본캐릭터라는 뜻으로 원래 가지고 있는 직업, 주로 하는 일을 뜻한다. 부캐는 부캐릭터라는 뜻으로 부가적으로 하는 일을 말한다. 본캐 보다 부캐로 돈을 많이 벌고 유명해지는 '부캐가 본캐가 된' 사람들도 있다. 부캐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본업의 수입을 보전하려는 생계형 부캐도 있고,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 좋아하는 일을 하는 취미형 부캐도 있다. 하지만 부캐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본캐인 본업(本業)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사람들이다. 본캐를 내팽개치고 부캐로 성공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 결국, 본업에 충실한 것이 부캐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본캐와 부캐의 시너지(synergy)효과를 낸다.

결국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본업(本業)에 충실하자'는 말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본업에 충실한 것인가 생각해보자. 나의 본업은 교수이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인서울 대학' 교수도 아니고 공무원이라 안정적이라는 국립대 교수도 아니다. 입시절벽과 대학재정을 걱정해야 하는 지방 사립대 교수이다. 현재 나의 위치에서 본업에 충실한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나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학부교육 중심인 지방 사립대에서 나의 경쟁력은 '수업'이라는 내가 만드는 상품의 품질이다. 고객인 학생들이 만족하고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질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이 내 본업이다. 나에게 있어 본업에 충실하자는 말은 '잘 가르치는 교수'가 되자는 말과 같다. 가성비 뿐만 아니라 가심비도 좋은 경쟁력 있는 나의 상품은 대학을 살리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같은 값에 최고 품질의 상품을 파는 곳이라면 '인서울'이 아니라도 고객들이 찾아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즘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위기라고 아우성인 지방대학은 어떨까? 대학의 1차 고객은 나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이다. 그리고 2차적으로는 대학이 육성한 인재와 연구 성과를 필요로 하는 사회와 기업이 고객이다. 1차 고객인 학생들이 만족할 수 없는 대학은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대학은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질 좋은 강의와 최상의 교육행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질 좋은 강의를 위해서는 '잘 가르치는 교수'들을 채용하고 이들이 더 잘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최고 품질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교수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 또한, 2차 고객인 지역사회와 기업을 위해서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활용 가능한 실질적인 연구 성과를 제공해야 한다. 결국, 대학은 누가 진정한 고객인지 무엇이 대학의 경쟁력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만족을 위해 모든 구성원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대학이 본업에 충실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사적으로 우리 인류에겐 늘 위기가 있었다. 가장 가까이는 지금 겪고 있는 코로나19도 그 중 하나이다. 대학과 같은 조직도 교수인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위기는 존재한다. 이러한 위기는 변화의 원동력이 되어 사회혁신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위기를 맞아 자기 혁신을 이룬 조직과 개인만이 살아남았고 변화에 무감각했던 조직과 개인은 도태되어 사라졌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고등교육의 외적 환경 변화는 대학과 교수들에게 위기이다. 그 속에서 대학과 교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혁신의 해답은 바로 본업에 충실함에서 찾을 수 있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현실이다. 국가의 재정지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결국 해답은 대학 스스로 찾아야 한다.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대학만이 살아남는 시대이다. 이젠 '지방대학'이라는 변명만 늘어놓지 말고 본업에 충실한 자기 혁신을 이루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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