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사람의 삶 중에 희생하는 삶만큼 숭고한 삶은 없다. 나를 희생해 상대를 돋보이게 하는 삶!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삶이다.

오늘날, 희생과 헌신을 가르치지 않고 성공만 가르치는 부모의 자녀교육은 머지않아 우리사회를 혼돈의 블랙홀에 빠뜨리지나 않을까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몇년전 모 TV방송에서 인류의 평균수명을 20년이나 늘린 세기의 발명품이 무엇인가라는 퀴즈를 냈다. 출연진들은 백신, 페니실린, 아스피린, 심지어는 쥐약 등의 답변을 했지만 모두 틀리고 제작진이 제공한 힌트를 받고서야 한참 뒤 겨우 답을 맞췄다. 많은 의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이 말한 가장 많은 인류를 구한 물품 1위는 바로 '비누'였다고 한다.

비누는 사용할 때마다 자기 살이 녹아서 작아진다. 그리고 드디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러나 그때마다 더러움을 없애준다. 만일 녹지 않는 비누가 있다면 쓸모없는 물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자기희생을 통해 사회에 공헌 할 줄 아는 사람은 좋은 비누지만, 어떻게 해서든 자기 것을 아끼려는 사람은 물에 녹지 않는 비누와 같다" 미국의 백화점 왕 워너 메이커가 한 말이다.

어떤 사람이 양쪽에 물 항아리가 달린 물지게를 지고 물을 날랐는데 오른 쪽 항아리와는 달리 왼쪽은 금이 간 항아리여서 집에 도착하면 왼쪽 항아리의 물은 늘 반쯤 비어있었다.

"주인님! 저 때문에 항상 일을 두 번씩 하는 것 같아서 죄송해요. 금이 간 저 같은 항아리는 버리시고 새 것으로 쓰세요."

그러자 주인은 "나도 네가 금이 간 항아리라는 것을 알고 있단다. 하지만 네가 금이 간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바꾸지 않는단다. 우리가 지나다녔던 길 양쪽을 바라보아라. 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오른쪽 길에는 아무 생명도 자라지 못하는 황무지이지만 왼쪽에는 아름다운 꽃과 풀이 무성하게 자라지 않니? 너는 금이 갔지만 너로 인해서 많은 생명이 자라나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니? 나는 그 생명을 보며 즐긴단다."라고 했다.

한 노숙자가 벤치에서 굶주린 체 잠들어 있었다. 그때 누군가 노숙자에게 작은 돈을 베풀었다. 노숙자는 그 돈으로 근처 마트에 가서 물건을 샀다. 벤치로 돌아온 노숙자는 행복했다. 그때 한 남성이 전화를 받으며 노숙자 옆자리에 앉았다. 그 남자는 돈이 없어 아픈 딸의 약을 살 수 없다고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그말을 듣던 노숙자는 방금 산 물건을 다시 환불해 와서 그 남자에게 주었다. 노숙자가 산 물건은 노숙자에게 꼭 필요한 생필품인 베게, 이불, 옷이었다. 노숙자는 남자에게 돈을 주면서 "나는 그돈 없어도 살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남을 돕지 않는 것은 쉽다. 외면하면 되니까. 여유 있을 때 남을 돕는 것은 조금 어렵다. 내 것을 남에게 주어야 하니까. 그러나 내가 너무 힘이 들 때 남을 돕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왜냐하면 내가 너무 힘드니까.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비누 같은 사람. 불가능한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 메마르고 각박한 시대에 비누 같은 그들로 인해서 세상은 아름답고 살맛이 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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