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특별한 날 많은 선물을 주고받는다. 생일, 어버이날, 어린이날 등 참 많다. 요즘은 그 특별한 날이 더 많아진 것 같다.

만난 지 얼마큼 되었다며 100일, 200일, 300일 등 아마도 인연이 계속 이어진다면 선물을 주고받는 횟수가 엄청 늘어날 것 같다.

이렇게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 많아진 것은 그만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다. 나도 나 나름대로 기념일을 만들고 달력에 동그라미를 쳐 놓으니 말이다.

선물은 줄 때도 받을 때도 모두 행복하다. 선물을 고르면서 상대방을 생각하는 일, 선물을 받으면서 좋아할 모습을 생각하면 눈길과 손길이 모두 바빠진다.

나는 선물을 받으면 가능하면 오래오래 기억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깜빡깜빡 해서 준 선물도 받은 선물도 까맣게 잊을 때가 종종 있다.

심지어 받은 선물을 누가 주었는지 착각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작년에 외출할 때 열심히 마스크를 찾았던 적이 있다. 마침 거울 앞에 마스크 쓴 내 모습을 발견하고 얼마나 허탈한지 웃음이 나왔다. 흰머리가 늘어나는 것처럼 건망증도 늘어간다.

이런 내가 최근 착각하지 않을 좋은 선물을 받았다. 손으로 받은 것도 아닌 귀로 받은 것이라 더 특별하다. 바로 노래 선물이다.

한 초등학교에 작가초대를 받아 아침 일찍 출발했다. 생각보다 멀고 살짝 비까지 내려 마음이 조급해졌다. 하지만 학교로 가는 길옆으로 펼쳐진 강과 우뚝 선 산이 정말 근사했다. 옛 산수화에서 만나는 풍경 그대로였다.

마치 그림 속에서 꿈틀 하면서 눈앞의 풍경이 나온듯한 느낌이었다. 드디어 도착한 학교는 산 아래 아담하고 예뻤다. 전교생이 모이고 다 같이 읽은 책 '하트 마스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은 조금 웃긴 얘기만 나와도 어찌나 깔깔 웃는지 모른다.

그러던 중 특별한 순서가 있었다. 바로 '하트 마스크' 동요를 불러준 것이다. 책 내용을 바탕으로 작사를 하고 김영민 선생님이 작곡을 해 주신 노래이다.

무대로 두 어린이가 나왔다. 3학년 남학생과 여학생이었다. 특히 여학생은 작가가 꿈이라고 했다. 드디어 반주가 나오고 두 아이는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감상하는 아이들도 흥얼흥얼 거리며 초대가수(?)에게 집중 눈 맞춤을 했다.

나는 노래를 마친 두 아이들을 위해 최대한 큰 박수와 비명에 가까운 "캬~악!" 소리를 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열심히 들은 아이들은 귀까지 막으며 "캬~악!" 함성을 질렀고, 두 아이는 쑥스러운 듯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나중에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노래 부른 아이가 많이 떨리고 긴장됐지만 작가님께 좋은 선물을 드린다는 마음으로 기쁘게 불렀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

잠깐 만나고 헤어졌지만 꼭 작가의 꿈을 이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또한 노래 선물을 받은 나는 더 열심히 글을 써야겠구나, 다짐했다.

김경구 아동문학가
김경구 아동문학가

나는 여전히 작은 공책 한 권, 예쁜 양말 등 선물 받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아이들로부터 색종이로 접은 선물을 받기도 하고, 내 얼굴을 그린 종이를 받기도 한다. 나는 최대한 선물 받은 것을 잊지 않으려 보관한다. 초콜릿 포장지, 과자봉지 등 누가 누가 주었다는 날짜와 이름을 써 놓기도 하여 가끔은 그들을 추억한다.

최근 받은 노래 선물은 내 마음속에 오래오래 보관될 것이다. 어쩌면 마스크를 볼 때면 더 생각날 특별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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