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권오중 시인·가수

6월이 떠나갔다. 이제 금년도 반쪽만 남았다. 벌써 반이나 지나갔어 하는 사람이 있고, 아직도 반이나 남았어 하는 사람도 있다. 6월이 떠나며 짧은 장마와 무더위를 남기고 떠났다. 거래가 부진한 부동산 장마까지 왔다. 그러나 어쩌랴, 그게 세월의 길인 걸. 인생길도 세월의 길을 닮았다.

소나기가 내리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이다. 그럼에도 대지를 하얗게 수놓으며 기세등등하게 세상을 호령하는 생명이 있다. 계란 프라이를 빼닮은 계란꽃이다. 군락을 이루어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듯하다. 금계국도 옆에서 손을 흔들며 노란 웃음을 터뜨린다.

노란 꽃술에/하얀 꽃잎을 에둘러/계란 프라이를 빼닮은 꽃//이른 봄/보드란 순으로/혀끝을 달래 주기도 하지만/눈치 없이 아무 데나/지천으로 피어/홀대받는 개망초//척박한 땅에서도/비굴하지 않고/끈질긴 집념으로/산야를 뒤덮는 기상에 힘들고 어려울 때/삶의 용기를 얻고//군락을 이루며/다투어 핀/늠름한 대오隊伍 속에서/지치고 외로울 때/풋풋한 향내 맡으며/삶의 활력을 찾는다(계란꽃 권오중)

요즈음 외손자와 함께 학교 앞까지 걸어간다. 초등학교를 가다 보니 담장에 메꽃이 피었다. 나팔꽃도 피었다. 나팔꽃 중에 이름이 고약한 꽃이 있다. 기세 좋게 하늘 향해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피어나 오만하게 보여 악마의 나팔꽃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독말풀이다. 그에 반해 땅을 향해 커다란 나팔을 부는 듯 겸손하게 보이는 나팔꽃이 있다. 천사의 나팔꽃이다.

하늘 문이 열리고/미리내가 쏟아져 내리던 날/홀연히 지상에 내려온 하늘의 천사//여린 가지에/물구나무서듯/거꾸로 세상을 바라보며/지상을 향해/하늘의 나팔을 불어댄다//지상의 영화는 찰나이고/햇빛에 스러지는 안개 같은 것/낮은 자리에

머물러/겸허한 마음으로 살라고/하늘의 나팔을/소리 없이 불어댄다//별이 뜨면/천상天上을 향한/어찌할 수 없는 그리움에/진한 향내를/ 뿜어내며/향그런 나팔을/밤새도록 불어댄다(천사의 나팔꽃 권오중)

고혹적인 꽃 능소화가 유혹하는 뜨거운 여름 7월이 포도송이처럼 알알 이 익어간다. 능소화의 농염한 자태에 세상이 온통 상사병이 난 것 같 다. 한때는 능소화 꽃의 꽃가루가 독성이 있다고 오해가 있었으나 최근 안전하다고(최새미/식물칼럼리스트) 알려졌다.

권오중 시인·가수
권오중 시인·가수

너의 선홍빛 입술/너무 탐스러워//바람이 치근치근 대고/벌 나비가 안달이다//해님이 온종일 눈 맞추고/별님이 밤새 널 바라본다//여름도 너 때문에/몸살이 나 뜨겁다(능소화 권오중)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진다. 비 온 뒤 정갈해진 세상이 상큼하다. 초록 잎을 흔들며 산뜻하고 시원한 바람이 분다. 뜨거운 7월의 뜨락에 핀 계 란꽃 과 능소화를 위로하며 분다. 아파트 담을 따라 걸린 태극기도 덩실 덩실 춤을 추게 하는 산들바람. 정말 고맙고 고맙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