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조성 충남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장

자연재난 특히 지진이나 허리케인을 겪은 도시들에서 개개인이 받는 재난 피해의 크기가 계층간 혹은 인종이나 국가간 소득격차에 의해 재구조화 되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재난은 왜 약자에게 가혹한가에 대한 질문이 던져졌다. 어느사회나 제각기 나름의 불행을 가졌겠지만 특히 재난의 문제에 있어서라면 공통적으로 이 불평등의 문제앞에 자유롭지 못하다. 재난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불행이라고 한다면 모든 사회 구성원은 개개인이 처한 여건에 관계없이 비슷한 수준의 재난 위험에 노출되어야 맞겠지만 현실은 그 상황을 회피할 경제적 능력이 있는가에 따라 재난의 강도가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7월 초 경남의 농산물 공판장에서 상하차 작업을 하던 40대 남성이 폭염으로 인해 사망했다. 폭염의 3대 취약분야는 공사현장 야외근로자, 논밭 고령층 작업자, 열악한 주거환경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이다. 나날이 지구는 뜨거워 지는데 무더위에도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조차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전기료 부담에 켜볼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안전지대는 없다. 건물의 단열은 같은 기후 조건에서도 실내 온도에 영향을 준다. 최근 10년 내 지어진 주택과 1979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에서는 29%나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소득이 높은 가구는 노후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낮고, 노인가구, 장애인가구, 기초생활가구는 는 노후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에너지 효율이 낮은 주택에 사회적 약자들이 더 많이 살고 있는 것이다. 생물학적 민감성, 사회경제적 취약성, 주거환경의 취약성이 맞물리면서 폭염 영향의 격차 즉, 폭염이 불평등이 확장되는 것이다.

조성 충남연구원 충남재난안전연구센터
조성 충남연구원 충남재난안전연구센터

최근 '공정'이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실력주의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평등이나 기회 균등에서 벗어나는 현상이 발생할 때 마다 능력 우선이라는 실력주의를 앞세우고 학력이나 학벌, 연고와 관계없이 본인의 능력을 기준으로 평가 받는 것, 그것이 공정의 최상위 버전이라는 믿음과 더 완벽한 실력주의를 꿈꿔왔다. 하지만 실력주의의 미명이 가리고 있는 불평등은 없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소득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출신과 성장배경이다. 부자에게도 빈자에게도 자연의 재난은 같다고 말하지만 그러한 재난의 회피 가능성마저 차단당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우리는 실력주의로 설명할 수 없다. 나의 실력과 무관하게 나에게 주어진 좋은 환경과 안락한 보호에 대해서는 감사를, 그리고 불행히도 이를 부여받지 못한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배려의 마음이 필요하다. 누구나 재난 앞에서 약자가 될 수 있고, 경제적인 이유로 재난 약자가 되느 사람들은 사회적 경쟁의 대상이 아니며, 정부정책이 이러한 격차 해소하기 위해 애써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시민의 교양이며, 실력주의 공정경쟁은 교양을 갖춘 시민이 된 이후의 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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