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김동례 청주공고 수석교사

코로나가 조금씩 줄어들면서 일상을 회복하는 시점이다. 침묵의 긴 시간 또한 대화로 이어지면서 우리들의 삶은 조금씩 활기를 띤다. 학교에서도 단체활동을 진행할 수 없었는데 수학여행 계획도 세울 수 있게 되니 정말 아이들에게는 희망과 설렘의 시간이다.

청포도가 익어간다는 향긋한 7월은 나에겐 설렘보다는 아쉬움의 시간으로 찾아왔다. 39년이 넘는 시간 학교에서 아이들과 수업으로 이어졌던 삶은 행복한, 힘든, 기쁜, 두려운, 만족한, 보람 있는 등등의 수많은 형용사를 담는다. 하지만 요즘 나에게 깊게 다가오는 형용사는 그리움이다.

교정에 묵묵히 자리한 소나무, 고운 마음씨를 지닌 선생님이 화단 가득 심어놓은 해바라기와 분홍, 하양, 빨강이 어우러진 수줍은 봉숭아 또한 여느 때와 달리 자세히 들여다본다. 봉숭아는 특별히 진한 그리움을 갖게 했다. 해마다 7월에 집 마당에 핀 봉숭아를 곱게 빻아 열 손가락에 물들여주셨던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학교 건물 옆 공터에 고고하게 핀 백합을 보니 아이들 정서를 위해 만든 선생님이 또한 그립다. 얼마 전 모처럼 '교직원 배구대회'를 했다. 모든 교사들이 응원하면서 마음껏 웃고 함께한 시간은 정말 행복했다.

김동례 청주공고 수석교사
김동례 청주공고 수석교사

교단에서의 마지막 전 직원들과 함께한 수업 철학 연수, 제천지역 수석선생님들이 함께 모여 준비하여 퇴직 기념 헌정 교과융합 수업, 지난 9년간 이곳저곳에서 선생님들과 교실 수업을 위해 고민하고 연구하며 함께했던 귀한 연수 시간 또한 그리움이다. 그리고 해마다 만나는 새로운 우리 아이들과 함께 배움을 위해 준비했던 시간들은 돌아보니 '성찰'이라는 단어로 떠오른다. 무엇보다 교단생활에서 나에게 소중한 것은 긴 시간 함께했던 많은 동료 선생님과 선배님으로부터 배웠던 삶의 철학이다.

이 모든 그리움은 내 삶의 큰 자원이며 삶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나는 이 그리움을 오롯이 가슴에 담고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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