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정부는 반도체 인재 15만 명을 10년간 양성하겠다는 '반도체 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했다. 반도체가 우리의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첫째가는 생산 및 수출 품목으로 부상했다. 그런데 반도체 관련 분야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반도체 관련기업들은 생산 현장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분야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 반도체가 이리도 중요한가. 반도체로 이루어진 집적회로는 모든 전자 및 전기 장치에 내장되어 두뇌처럼 작용하기도 하고 구동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지금은 전자회로를 사용하지 않는 장비를 찾기 힘들 정도로 반도체 회로가 활용되고 있다. 심지어 자동차조차 기계장치가 아니라 전자제품이라고 하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는가. 자동차에 필요한 반도체 칩이 부족하여 생산이 중단되기도 한다. 미국은 반도체 전쟁에 임하는 자세로 첨단 반도체 기업을 자국 내에 유치하고 있고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과 대만 그리고 미국과 일본으로 칩(Chip)4라는 반도체 동맹을 추진하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려는 자세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인력양성을 강조하고 추진하는 것은 늦은 감이 있으나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인력양성이란 그리 쉽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지금도 대학에는 반도체 관련 학과들이 대부분의 대학에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대학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주변 대학의 실험실 현실을 살펴보라. 열악하기 그지없다. 반도체 관련 학과들이 기초적인 반도체 칩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설을 갖춘 대학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 그동안 대학은 등록금을 동결하며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적 선거구호로 등록금 반값을 내세우며 대학의 시설 투자를 어렵게 했고 정부의 대학에 대한 투자는 아직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의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 지출액은 최근 수년 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60% 정도로 뒤처진 채 좀처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우리의 산업현장에서 반도체 분야만 인력이 부족한 게 아니다. 고용노동부의 '2020~2030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2030년까지 고령화의 영향으로 생산가능인구의 증가폭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고숙련 중심의 전문가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자, 전기, 화학 업종은 인력 수요가 각각 9만명, 5만명, 1만7천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현재도 감소하고 있는 판매직은 13만여 명, 기계조립은 11만여 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력 양성은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는 일이다. 그 성과는 출발하고 한참이 지나야 그 성과가 나타나는 법이다. 당장 필요하다고 반도체 학과를 신설하고 학생을 선발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누가 가르칠 것인지, 교원 충원이 가능해야 하고 학생들이 실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장비와 시설은 가능한지가 중요하다. 그래도 정부가 인력 양성의 시간을 단축하고자 한다면 기존의 반도체 관련학과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실질적인 교육실험과 실습이 가능하게 하면 된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대한민국에 필요한 인력은 반도체 분야로 국한된 게 아니다. 모든 분야의 필요한 인재가 양성되어야 한다. 정부는 미래의 인력수요 변화를 예측하고 그 수요에 대비하는 인재 육성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사람의 능력으로 부를 창출해야 하는 나라다. 정치권을 제외하곤 다른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제몫을 다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젊은이들이 우리 대한민국의 위상을 빛내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라. 능력 있는 젊은이가 바로 대한민국의 힘이다. 그래서 인력 양성은 언제나 중요한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