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제천여자고등학교 배구팀의 경기는 제천시민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잘 싸웠다."

지난 22일 제천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제55회 대통령배 전국 중고배구대회' 결승전을 보기 위해서다.

제천여고 배구팀은 이날 서울 일신여상과 진검승부를 펼쳤다.

시민들은 숨 죽인채 손에 땀을 쥐고 응원했다.

제천여고 이예은 선수(현 U20 한국여자 청소년배구대표)가 강 스파이크를 날릴때면 어김없이 탄성을 자아냈다.

하지만 두 시간 반에 걸친 혈전속에 아쉽게도 1대3으로 패했다.

당시 제천여고팀의 선수는 고작 8명에 불과했다.

타 고등학교 배구팀의 선수는 적게는 13명, 많게는 18명 수준이다.

인원이 없다보니 선수교체가 어려운 악조건 속에서도 고군분투한 것이다.

선수가 적은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선수들이 실력이 좀 있다 싶으면, 어김없이 서울사립고가 스카우트한다.

타 학교 감독 및 코치들이 대부분 전직 국가대표 출신이거나 프로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선수들 또한 큰 무대에서 운동하길 원하고 있다.

제천은 사실 전국에서 스포츠로 그렇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다.

그런 지역에서 제천여고 배구팀의 활약은 눈부셨다.

제천여고는 2019년 4월 강원도 태백산배 배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44년만의 우승이다.

그 이후부터는 줄곧 준우승에 머물렀다.

또한 프로 선수 배출 학교로도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는 구혜인(IBK), 황윤성(현대건설), 박연화(페퍼) 등 3명이 프로로 데뷔했다.

2020년에는 김지원(GS), 김정아(도로공사, 현재 양산시청) 2명이 이름을 올렸다.

2019년에는 김현지(인삼공사) 등 2명이 프로로 전향했다.

실력도 정신력도 최고였던 '제천여고 배구팀'.

피나는 땀방울과 인고의 결과로 이루어진 값진 것이기에 이들의 은빛 물결은 지역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는 것은 그냥 되어진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각고면려'[刻苦勉勵]의 댓가인 것이다.

한국 스포츠는 다양한 곳에서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선 '손흥민을 보는 재미로 산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23골을 득점한 손흥민은 아시아인으로는 첫 EPL 득점왕에 오른 선수다.

강원도 춘천 출신인 손흥민 선수가 득점하는 날이면 하루가 즐겁다.

손흥민이 창출한 경제 파급효과는 1조9천885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여자 배구 또한 2020 도쿄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썼다.

4강 진출은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9년 만이다.

손흥민과 한국여자배구가 쓴 감동의 신화처럼, 제천여고 배구팀의 신화가 계속 되길 시민들은 열망하고 있다.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이들이 보여준 투지와 노력은 국내 선수가 아닌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헤아릴 수 없는 땀방울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매 경기마다 멋진 투혼을 보여 줬던 제천여고 배구팀.

비록 결승전에서는 패했지만 그 어느 팀보다 빛난 제천여고배구팀에게 다시 한번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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