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내주고 용굴 분수지기 노릇 대가 '불법 영업 전과자'

지창학씨가 현재는 가동이 중단된 용굴 분수대 앞에서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으로 겪은 그간의 일들을 설명하고 있다. /신동빈
지창학씨가 현재는 가동이 중단된 용굴 분수대 앞에서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으로 겪은 그간의 일들을 설명하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김진선 기자] "비참한 원주민의 삶, 우리 세대에서 끝나길..."

문의면에서 나고 자란 지창학(61)씨에게 대청호는 가족의 삶을 무너뜨린 비극의 상징이다.

대청호가 만들어진 전두환·노태우 정권시절에는 군지휘소로 땅을 내줬고,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용굴 분수대 분수지기 노릇을 하며 공무원들의 업무를 대신했다. 그리고 지금은 불법영업을 하다 적발된 전과자로 살고 있다.

지씨의 기막힌 사연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상장리 '작은 용굴' 옆 농막에서 시작된다.

"1980년 대청호가 조성되고 청남대가 들어서면서 제대로 땅을 써보지도 못했어요. 보안시설로 가는 길목에 있으니까 모두 통제된 거죠."

대통령 별장으로 쓰인 청남대는 삼엄한 경비로 유명했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이 휴가를 오는 여름이 되면 수백명의 군인과 경찰들이 몰려와 경비를 섰다. 군경은 지씨의 땅에 현장지휘소를 차렸고, 지씨 가족은 이들의 수발을 들었다.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청원군(현 청주시)에서 '천연동굴이 있고 하니, 문의문화재단지와 연계한 관광상품으로 개발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처음에는 인공폭포를 만들려고 했으나, 환경단체의 반대와 '지질학적으로 붕괴 위험이 있다'는 전문가 소견으로 무산됐다.

결국 군은 토지주였던 지씨 아버지에게 '분수를 설치하게 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에 지씨 아버지는 "분수대 조성되면 사람들이 오갈 테니, 여기서 간이음식점을 하게 허가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청원군수는 지씨 아버지의 청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농지에 간이시설물을 차려놓는 것이 미관상 안 좋으니 농가주택을 깔끔하게 지어서 영업하라'고 했다. 이를 위해 지목변경도 해줬다.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서 불법영업을 하다 문을 닫은 카페 지창학씨 카페. /신동빈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서 불법영업을 하다 문을 닫은 지창학씨 카페. /신동빈

"군수님이 허가를 해줬으니 장사하는 게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줄 알았어요. 농지였던 땅을 대지로 바꿔준 기록도 있고, 그런데 이게 세월이 지나고 나서 확인해보니 다 거짓이었어요. 상수원보호구역이라 원칙상 불가능했던 건데 행정당국이 주민을 속인 거죠."

분수대 설치로 '작은 용굴'은 금세 지역 유명 관광지가 됐다. 드라마·영화촬영도 잇따랐다. 이에 지씨는 공무원의 업무인 분수관리를 자연스럽게 떠안았다.

"새벽, 밤 할 것 없이 공무원들이 틀라고 하면 틀고 끄라고 하면 끄고, 시키는 대로 했어요. 분수대 주변 정비도 다 제가 했죠. 제가 순진했던 겁니다."

사람이 몰리면서 오·폐수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자, 군에서는 80인용 정화조를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지금은 임의로 음식 판매 등에 대한 허가를 내 준거지만, 정화조를 묻으면 정식허가를 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지씨는 2002년 아파트 한 채 값이 넘는 100인용 정화조를 설치했다.

"정화조 지을 때 공무원들이 와서 다 봐줬어요. 그런데 최근에 불법영업 단속을 당하면서, 알아보니 정화조를 설치한 사실을 공무원들이 건축물대장에 등록도 안했더라고요. 자기들이 공식적으로 허가를 해주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죠."

과거엔 금강유역환경청의 정기 단속도 빗겨갔다. 단속직원들도 이곳은 예외지역이라며 허위로 문서를 작성, 불법영업을 암묵적으로 허용했다는 것이 지씨의 주장이다.

"우리집은 특수사례라고 단속을 안 하던 금강유역환경청 직원들이 2012년인가에 정화조 부하로 환경오염 우려가 있다며 관로를 연결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군에 말해서 제 돈으로 또 관로를 깔았죠. 그런데 관로도 문서로 등록 안 돼 있어요. 공무원들한테 지금 따져 물으면 사람 바뀌어서 모른다며 지금 문제가 되니 시정하라는 소리만 합니다."

이런 저런 부침과 가족사정으로 8년여 간 문의면을 떠나 생활했던 지씨는 주택을 개조해 2020년 4월부터 10월까지 새롭게 카페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코로나19로 영업을 중단했던 그는 2021년 4월부터 영업을 재개했다가 같은 해 11월 불법영업으로 적발돼 문을 닫았다.

"제가 불법영업을 하다 행정처분을 받고 벌금을 낸 것이 억울한 것이 아닙니다. 애초에 장사를 해도 될 것처럼 속여서 터를 잡게 만들고선 법이 그렇다, 담당이 바뀌어서 과거일은 모른다며 주민만 처벌하는 것이 옳은 처사입니까. 대청호를 오염시키지 않는 조건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본행위는 허용해 주세요. 평생을 피해를 본 원주민들에게 마지막 살 길을 열어주세요."

문의면에는 지씨처럼 불법영업을 하다 전과자가 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청주시 상당구 환경위생과에 따르면 지난해 문의면에서 휴게음식점(카페 영업) 불법영업을 하다 적발된 사례는 3건이다. 구룡리와 괴곡리 카페는 벌금형의 형사처벌이 확정됐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문산리 카페 대표 A(식품위생법 위반)씨는 1심 재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4번이나 동종·이종범죄로 처벌을 받았음에도 또 다시 불법영업을 하다 적발됐다.

같은 해 12월 진행된 금강유역환경청 합동단속에서도 카페 2곳의 영업이 중지됐다. 충북 대표 관광지인 청남대 가는 길에 위치한 한 카페는 건축물 불법증축 등 위반사항이 확인됐다. 또 다른 카페는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 영업 테이블 등을 설치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 카페는 산지관리법위반 및 산림자원의조성및관리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지난해 11월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서 불법영업을 하다 문을 닫은 카페 지창학씨 카페. /신동빈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서 불법영업을 하다 문을 닫은 지창학씨 카페. /신동빈

삶이 팍팍해지면서 주민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배동석(61) 회장과 김홍기(75) 고문(문의 마을회관 추진위원장)은 지난해 7월부터 3개월 간 사기 및 보조금관리법위반 혐의로 청주지법에서 재판을 받았다. 마을회관 건립 부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토지주를 속여 땅을 받아냈다는 혐의다. 다행히 이들은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다. 이 사건은 토지주가 마을회관 부지 제공을 빌미로 법상 불가능한 식당영업권을 부당하게 취득하려다 벌어진 일이다. 배 회장 등이 불가 입장을 고수하자, 사기를 당했다며 고소한 것이다.

문의면 주민들은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생존을 위한 영리행위를 하게 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40여 년 전 지정된 상수원보호구역은 이들의 바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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