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조혜경 풀꿈환경재단 이사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는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로 미스 마플, 에르퀼 포아로와 같은 등장인물을 통해 사건 사고를 풀어가는 추리물의 대가이다. 그녀의 추리소설은 대개 '이 안에 범인 있다'와 같은 형태로 진행되었으며 그 추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당대의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상황 등은 현재와는 다른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신분제 사회가 완전히 해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계층 간 갈등 또는 신분제 사회의 폐해, 자문화중심주의에서 비롯되는 이방인에 대한 멸시 또는 외국인에 대한 불신, 경제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은 계층 또는 신분의 삶은 100년 전과 지금이나 여전히 같은 문제가 존재한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따라서 그녀의 작품에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탐정의 역할이 당대의 비주류인물인 여성노인, 외국인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더구나 그 성과물로 공적영역의 빈틈이 메꾸어진다니, 덤으로 얻는 재미다. 

'오리엔트 특급살인사건'은 아가사 크리스티가 1934년에 발표한 추리물로 우리에게는 영화로 도 알려져 있다. 벨기에 탐정 에르퀼 포와로가 외국인에 대한 낯선 시선, 신분제에서 다소 자유로운 전문가로서의 역할 등을 통해 사건을 매우 유연하게 해결하는 과정은 흥미롭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더 유명세를 탄 것은 아마도 대륙간 횡단열차 오리엔트 특급열차(Orient Express)이리라. 1883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오리엔트 특급열차는 파리부터 이스탄불까지를 연결하는 세계 최초의 대륙 횡단열차로 오스티리아의 빈과 헝가리, 루마니아, 유고슬라비아 등을 경유지로 두고 있다. 따라서 당대 최고의 호화로운 열차라는 수식어와 함께 정치적 상황, 경제적 여건 등에 따라 구간이 폐쇄되거나 운행이 중단되는 비운의 역사를 갖는다. 

우리도 이러한 경험을 안고 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로 유명한 경원선은 서울~원산을 잇는 구간으로 1911년 개통되어 6.25전쟁 이후 운행 중단되었다. 강원도 고성군에 위치한 제진역은 우리나라 최북단의 역으로 2000년 6.15 남북 공동 선언에 따라 남북출입사무소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2007년 금강산에서 제진역까지 시범 운행한 이후 현재까지 제진역을 지나간 열차는 없다. 아마도 제진~강릉까지를 연결하는 동해선이 완공되면 현재보다는 더 쉽게 유럽이나 동남아 지역을 방문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물론 꿈같은 얘기다. 통일이나, 평화협정, 남북한 경제 협력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가능한 꿈의 목표이지 않나 싶다. 간혹 이러한 꿈이나 목표가 단지 꿈이나 목표에서 그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꿈이나 이루어야 할 목표과제로 둔갑했으면 좋겠다. 더 좋은 열매를 앞에 두고 입맛만 다시는 것은 너무 서럽지 않은가 해서 하는 말이다. 

조혜경 풀꿈환경재단이사
조혜경 풀꿈환경재단이사

우리가 이루어야 할 꿈이나 목표를 달성하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수단이 필요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발목을 잡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나 편견, 왜곡된 시각 등이겠다. 또한 새로운 시각, 편협하지 않은 자유로움, 유연한 사고방식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름길을 만드는 데 유용한 자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문제는 1+1=2의 정석이 아니니까. 그러자면 민관협력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민관협력을 말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실질적인 민관협력, 협치, 거버넌스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누구의 입장에서 어떤 말을 들어야 할 지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민간의 자원이 공공영역에서 활동하기란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낯선 이에 대한 경계, 주류문화의 유연화, 될 것 같지 않은 일을 되게 만드는 힘, 이 모든 것들은 수평적 협력관계를 필요로 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민선 8기에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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