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박은지 문화부장

지난 7월8일 제19회 평창대관령음악제를 관람했다. '시와 음악의 밤Ⅱ'을 주제로 정상급 부부성악가인 소프라노 홍혜란과 테너 최원휘 그리고 손열음이 함께했다. 로베트르 슈만의 곡 '어린이를 위한 앨범'과 '시인의 사랑', '여인의 사랑과 생애' 란 곡은 알펜시아 콘서트홀을 채웠고 음악애호가들은 환호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고향이 강원도 정선과 원주란 점은 눈길을 끈다.

올해로 제18회를 맞이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도 비슷한 시기에 시작됐다. 지난 2005년부터 매년 8월에 개최돼 전국적 인지도를 갖고 있는 예술축제다. 하지만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지역경제 활성화' 명분으로 존치여부가 도마위에 오르며 부침을 겪어왔다. 다행히 올해는 39개국 140편 음악영화를 상영하며 '영화음악축제로서 위상을 강화해 세계화'에 주력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25일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확대간부회의에서 "전임 이시종 지사가 추진했던 무예마스터십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면서 무예를 소재로 한 '충북문화재단이 창립 11주년 공연'으로 눈을 돌렸다. 이는 충북문화재단 운영실태를 살펴보고 조직개편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올해로 11주년을 맞이하게 된 충북문화재단도 2억원이란 예산으로 기념공연 답게 기획했어야 했다. 무엇이 얼마나 급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밀실에서 짠 각본처럼 일사천리 진행되길 바랬다면 너무 순진했다.

이제는 전국적 인지도를 갖고 이끌어 갈 수 있는 대표적인 예술문화축제 하나쯤 기획되고 논의돼야 할 시점이다. 창작자와 향유자, 매개자가 소통하고 공감하며 건강한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문화재단 본연의 역할을 다시 돌아볼 때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도 '충북문화재단이 도지사의 특정 정책을 홍보하는 기관이 될 수는 없다'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또 조직개편을 하려면 직원들 처우개선부터 시작돼야 하지 않을까. 이번 논란에서도 보듯이 문화예술의 매개, 지원, 조정, 육성에 시달리느라 던져진 숙제처럼 해치우듯 하려는 모양새만 봐도 그렇다. 현장에서 뛰는 문화예술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야 문화예술 발전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한 독자위원의 지적은 일견 타당하다. 최근 강원문화재단 행정인력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아카데미 '문화를 잊은 그대에게'란 제목이 담고 있는 함의는 그래서 웃프기까지 하다. 문화예술 종사자들을 최일선에서 지원하면서도 정작 '문화를 잊은' 이들을 위한 위로와 헌사같기도 하다.

박은지 문화부장
박은지 문화부장

부침 속에서도 근 20여년을 이어오고 있는 평창과 제천이라는 도시의 예술축제 추진동력과 지속성, 콘텐츠 기획력이 '변화의 시간'을 맞고 있는 충북에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문화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혜안과 원석을 갈고 닦을 수 있는 기획력 그리고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이름도, 빛도 다 가지려는 사람은 많으니까)' 문화가 문화다울 수 있도록 '소통'하고 '헌신'할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는 용인술(用人術)이 절실해보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