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달 현금성 복지사업 후퇴 논란에 대해 설명하는 김영환 충북도지사. /중부매일DB
지난달 현금성 복지사업 후퇴 논란에 대해 설명하는 김영환 충북도지사. /중부매일DB

김영환 충북지사가 취임 초기부터 약속했던 선거공약이나 각종 정책 수립 등을 놓고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김 지사는 후보시절 매월 100만원씩 60개월 간 양육수당을 지급하고 출산하면 1천만원까지 주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놨다. 또 어버이날에 감사 효도비를 3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약속했고 농업인수당도 두 배로 올려주기로 하는 등 각종 현금지원 공약을 쏟아냈다.

하지만 당선 후 그의 복지공약은 빈 공약이 됐다. 김 지사의 현금지원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출산수당 820억원과 육아수당 5천790억원, 감사 효도비 924억원, 농업인수당 544억원까지 매년 8천억원이 넘게 소요된다. 가뜩이나 긴축재정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충북도가 그의 공약을 이행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결과적으로 김 지사는 후보시절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식'으로 빈 공약을 남발한 꼴이 됐다.

김 지사는 취임 후 현안 1호 결재로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추진 방향'에 서명했다가 속도 조절을 명분으로 돌연 연구용역 10억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전임 이시종 지사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세계무예마스터십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갑작스런 중단 선언으로 충북도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게 됐고 정치권과 스포츠계도 당혹감으로 술렁이고 있다.

이와는 달리 김 지사는 감성적인 정치에 나서고 있다. 취임 이후 도지사 집무실을 대폭 줄이고 민원 전용 휴대전화 메시지 공개도 약속하는 등 이른바 '탈 권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도청 주차장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차 없는 도청'을 만들겠다면서 자신부터 셔틀버스를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옥상에는 하늘공원을 만들고 복도는 전시공간으로 만들어 도청을 명품미술관으로 조성하겠다며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아주 이상적인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도정 운영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면과 효율성을 외면할 수 없다. 새로운 주차타워를 건립하고 낡은 건물 옥상에 하늘정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혈세 투입은 물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섣부른 결정은 아니었는지 한번쯤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탈 권위와 서민행보를 통한 이미지 정치로 도민들의 마음을 살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정책결정은 객관적인 분석과 이성적인 판단이 전제돼야 한다. 즉흥적이고 감성적인 결정은 그가 후보시절 약속했다가 흐지부지된 각종 현금지원 공약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김 지사는 최연소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하고 4선 국회의원을 지낸 관록의 정치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지사는 정치인이자 도정을 운영하는 행정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가 성공한 도지사가 돼야 도민들도 행복하다. 도민들의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정책 결정은 더욱 신중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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