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나라에도 '한국형 산티아고 순례길'이라고 할 수 있는 충남 태안 안면도에서 경북 울진까지 동서로 이어지는 '동서트레일'이 조성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전세계 가톨릭 신자는 물론 여행객들이 꼭 가보고 싶어하는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다. 여러 갈래길 가운데 가장 잘 알려져 있는 '프랑스 길'은 프랑스 남부국경 생장피에드에서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이르는 800km 여정이다. 이 길은 인간의 존재와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치유의 길이자 새로운 삶의 변화를 찾는 사색의 길로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오는 2026년까지 조성되는 한국의 '동서트레일'은 산티아고 순례길과 비슷한 총연장 849km이며, 서쪽에 있는 충남 태안 안면도 소나무와 동쪽의 경북 울진 금강소나무, 그리고 중간의 충북 보은 속리산 소나무를 연결하는 '소나무 길'이다. 특히 이번 계획에 포함된 충남지역에는 당진 솔뫼성지, 서산 해미순교성지 등 천주교 관련 유적이 많아 이를 잘 활용하면 산티아고 못지않은 명품 순례길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은 지난달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2차 숲길 조성·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2차 계획안에는 '동서트레일'을 포함한 숲길 2만km 조성, 숲길 방문자 연 300만명, 새로운 일자리 3천480명 창출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산림청은 일반도로와 100대 명산을 잇는 전국 숲길 연결망을 구축하고, 국가 숲길을 현재 9개에서 15개로 확대 지정한다.

또 숲길의 품질과 기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숲길 인증제와 숲길지수를 도입하고 주요 숲길에 숲길관리원 1천500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특히 숲길의 경사도와 노면상태, 구간거리 등 이용자의 보행 편의성에 따라 숲길의 난이도를 '매우 쉬움', '쉬움', '보통', '어려움', '매우 어려움' 5등급으로 구분해 모든 국민이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게 골라서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숲길을 통해 지역사회가 발전할 수 있도록 산촌 거점마을 107곳, 마을기업 8곳을 육성하고, 구간마다 소규모 야영장 143곳을 조성하기로 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생활패턴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면역력 강화 등 건강 증진과 체력 단련, 휴양활동이 크게 늘면서 숲은 예전보다 훨씬 더 가까이 국민들의 일상생활 곁으로 다가와 있다. 그만큼 집 근처 숲 걷기부터 장거리 숲 도보여행, 숲속 캠핑, 산림레포츠 등 숲길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산림청이 숲길 확대 조성은 물론 이를 통한 지역의 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는 소식은 매우 적절하고 반가운 일이다. 아무쪼록 이번 계획안이 잘 실행돼 산림청이 제시한 '숲길에서 찾는 새로운 일상과 즐거운 삶의 가치'라는 비전이 실현되고 국민들의 행복지수도 그만큼 높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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