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최원영 K-메디치 연구소장·전 세광고 교장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 Toffler)는 "21세기 문맹(文盲)은 읽지 못하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려 하지 않고 낡은 지식을 버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평생 학습자의 자세로 살아야 미래사회에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의 파도가 우리 사회 전반에 밀려오면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냉엄한 경고가 담겨 있다.

현재 세계가 당면한 과제는 양극화, 인공지능의 도전, 기후위기 등을 꼽을 수 있는데, 한국사회는 인구절벽이라는 문제까지 떠안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다수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단순노동자로 전락한 상황 속에서 빈부격차는 더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본소득제'를 비롯한 복지정책으로 불평등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술진보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만이 살 길이고, 이는 교육시스템의 획기적인 전환을 필요로 한다.

학습(학교) - 직업(일) - 여가(노후)라는 직선적 생애주기 패턴은 21세기에는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청소년기 학교에서 배운 학습을 기반으로 기술 진보의 시대에 적응하는데 한계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학자들은 생애 전반에 평균 6개 이상의 일자리를 갖게 될 거라고 예측하며,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 고용을 목표로 끊임없이 학습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학습과 직업, 여가 세 요소가 복합적으로 동시에 이루어지는 시기가 도래하면서 평생학습이 새로운 교육환경의 화두가 되고 있다. 2030년 전후 초저출산으로 인해 생산가능 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의 경우, 일자리 공백을 해결할 대안은 이민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거나 노령세대를 재교육시켜 노동 현장에 투입하는 불가피한 선택뿐이다.

한국의 평생 교육 실태는 시대적 요청에도 불구하고 초보적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 기준, 교육예산 투자 비율이 의무교육 분야에 80% 정도 집중되고 있는데 비해 평생교육은 단 1%에 불과하다. 한국 성인들이 평생학습에 대한 태도 역시 미흡하다. 한국 학생들의 학습 역량은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 나타나듯 월등하지만, 성인의 역량은 나이가 들수록 현격하게 뒤쳐지고 있다. 16세~64세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OECD 국가 국제성인역량평가에서 한국은 연령이 높을수록 순위가 하락하고, 특히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능력은 최하위수준이다.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언어 역량 역시 같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원영 세광고 교장
최원영 K-메디치 연구소장·전 세광고 교장

교육학자들은 창의역량, 정서역량, 사회역량과 더불어 '생애주기 학습역량'을 미래인재들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이라고 강조한다.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바탕으로 디지털기반의 스마트러닝을 활용하는 역량은 생애주기 학습, 곧 평생학습 시대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이다. 평생학습을 통해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교육의 변화는 세계적 추세다. 유럽의 경우 스웨덴을 중심으로 평생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국 역시 교육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입시중심의 교육시스템을 평생교육중심으로 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 21세기 100세 수명시대에 평생학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개인은 물론 국가의 생존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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