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은희 ㈜대원 경영지원본부장·수필가

해를 바라보는 꽃이 아니다. 장독대에 핀 해바라기의 시선이 모두 다르다. 식물이 자리를 잡은 공간은 반그늘이라 그런가. 꽃들은 아마도 태양을 찾아 이리저리로 헤매고 있는지도 모른다.꽃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바깥세상을 그리워하는 꽃도 있고, 하늘을 향하여 기린처럼 목을 길게 늘인 꽃도 있다. 또 하나의 꽃봉오리는 추구하는 세계가 다른가. 면벽 수행하는 수행자의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해바라기의 모습이 아니다. 무엇보다 내가 즐겨 암송하던 이해인 수녀의 「해바라기 연가」의 첫 구절 "내 생애가 한 번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라는 뇌리에 각인된 시어가 흔들리는 순간이다. 태양을 향하여 경배하듯 한 방향으로 향한 '일편단심'의 꽃이 아님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꽃을 살피다 보니 먼저 핀 꽃의 목 주변에 꽃봉오리가 하나 더 달려 있다. 종이 다른 꽃이다. 겉모습은 비슷해 보이지만, 같은 꽃은 없다. 식물도 이러한데 하물며 인간의 모습은 어떠하랴.

인간도 해바라기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사람도 똑같은 사람이 없고, 쌍둥이라도 어딘가 다른 구석이 있다. 성향이 다른 사람끼리 모인 단체에서 생각이 달라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면, 말다툼의 상황으로 번지기도 한다. 회의 중에 자기 의견과 다르다고 괴성을 지르는 사람과 책상을 두드리며 상대에게 삿대질까지 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다름에도 정도가 있다. 일전에 보았던 해바라기의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듯 사람의 성향도 겉모습만 보고는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만물이 머무는 환경을 무시할 수가 없나 보다. 같은 부모 아래 자란 형제와 자매도 성향이 다르지 않던가. 식물의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다른 관점으로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해바라기 하는 것일까. 직장과 가정, 개인의 삶을 위하여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 속에서 가끔은 대화의 핵심을 잃고 설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또한, 나와 다른 생각과 의견은 내가 보지 못하는 걸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의 욕망과 탐욕을 위한 일이라면 경계해야만 하리라.

이은희 수필가·㈜대원 전무이사
이은희 수필가·㈜대원 전무이사

대상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아야만 제대로 알게 된다. 반음지 환경이 해바라기의 시선을 천지사방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키운 것이다. 홀로 존재하는 인간은 없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에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하면, 우리의 삶터를 평화롭고 안전한 살기 좋은 환경으로 거듭나리라. 가까운 지인들의 얼굴들을 떠올려 본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마주하는 사람에게 정답게 인사를 나누고 싶다. 정원에서 자연의 진언에 몰두하느라 곁님이 부르는 걸 못 들었던가. 곁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묘시의 끝자락 일곱 시, 출근을 서둘러야만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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