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전 시루섬에 소풍온 학생들 모습.
수해 전 시루섬에 소풍온 학생들 모습.

〔중부매일 정봉길 기자〕전 국민의 주목을 받았던 시루섬 영웅들이 드디어 단양에서 50년 만에 재회한다.

단양군은 시루섬의 기적 50주년을 맞이해 묻혀있던 그 날의 긴박하고 극적이었던 시루섬 이야기를 다시금 널리 알리기 위해 오는 19일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이날 행사는 참석이 예정된 생존자 60명이 충주호 관광선을 타고 고립무원의 섬이 된 고향 땅 시루섬에 다시금 발을 내딛는 걸로 시작한다.

행사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천도제와 마을자랑비 이전 제막식 등 식전행사를 마친 후 1부 '50돌 합동 생일잔치'와 2부 '영웅들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1부 50돌 생일잔치는 밤새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극적으로 생존한 사람들은 모두가 동갑이니 시루섬에 가서 생일잔치를 하자는 생존자의 염원을 담아 계획됐다.

2부 영웅들의 이야기는 시루섬 그날 다큐공연과 생존자 영상 증언, 물탱크 생존 실험 등 다채롭게 구성됐다.

2부 마지막 순서에는 '영웅' 호칭 헌정과 인근 마을주민들의 생존을 기원하며 밤새 불을 밝혀주었던 희망의 횃불도 다시금 점화한다.

참석자 모두가 함께 '희망의 노래'를 부르며 행사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행사 뒤 시루섬 주민들만 모이는 '짧은 만남 긴 이별' 이름의 회포를 푸는 만남의 시간으로 시루섬의 기적 50주년 이야기는 끝을 맺을 예정이다.

시루섬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72년 8월 19일 있었던 일이다.

태풍 '베티'가 몰고 온 폭우로 남한강이 범람하면서 44가구 250여 명이 살던 단양읍 증도리 시루섬(6만㎡) 전체가 침수됐다.

고립된 주민들은 불어나는 물을 피해 섬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고 날은 어두워지는데 눈에 보이는 것은 지름 약 5m, 높이 6m 크기의 물탱크뿐이었다

물탱크에 올라선 주민들은 서로를 붙잡고 14시간 밤낮을 버틴 끝에 구조됐다.

이 과정에서 백일 된 아기가 압박을 못 이겨 숨을 거뒀으나 엄마는 이웃들이 동요할까 봐 밤새 아기를 껴안은 채 속으로 슬픔을 삼켰다는 애절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김문근 군수는 "당시 주민들은 갑자기 불어난 물로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물탱크와 소나무 위로 서로 밀고 끌어 다 함께 위기를 극복했다. 한 분은 남을 구하느라 자식 셋을 잃었다"며 "이런 희생과 단결의 정신을 '단양의 정신'으로 계승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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