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새 정부 들어서 '반도체는 국가 안보 자산이고 우리 산업의 핵심이다'라는 말이 자주 인용되고 있다. 이는 세계가 반도체 패권 전쟁 중이라는 상황을 반영한다. 특히 반도체는 전략기술 위주의 신 국제 질서 부상을 의미하는 기정학(tech-politics) 시대의 요체로 꼽힌다.

얼마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오자마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으로 달려간 것이 그 방증이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미국 반도체 업계에 520억 달러(약 68조 원)의 보조금 지원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이 통과됐다. 이 법안은 고급일자리 창출, 공급망 문제 해결, 생산 비용 절감에 기여하고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을 보호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계 각국이 파격적인 지원책을 동원해 반도체산업 육성에 혈안이 될 정도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6G, 자율주행 자동차, 바이오, 배터리 등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다.

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 의지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 수립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단지 인프라 구축 지원, 반도체 기술 개발(R&D)?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반도체 인력양성, 시스템반도체 점유율 확대, 소재?부품?장비 자립화율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반도체산업 육성정책이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 확대 우려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반도체는 국내총생산(GDP)의 6%,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한다. 따라서 반도체를 하나의 산업으로만 보는 것은 단견이다. 반도체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와 함께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묘책을 찾아야 한다.

우선 반도체 투자는 속도가 생명인 만큼 지역의 역점 사업과 정부의 육성 방안을 조화시킬 수 있는 과제를 발굴, 조기에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충북은 지난 1월 과기정통부 국가연구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시스템반도체 첨단 패키징 플랫폼 구축' 사업이 선정되어 현재 예타 본심사가 진행 중이다. 2019년부터 준비해왔으며 첨단 패키지?테스트 일괄공정 장비 구축과 공정기술 고도화 R&D를 추진하는 사업이다. 미래 신성장동력으로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한편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라는 명성과는 달리 시스템반도체의 주요국 대비 경쟁력은 취약한 편이다. 첨단기술 확산과 함께 고성능, 초소형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패키징의 중요성이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국외 투자를 모색 중이다. 국내 거점으로서 전국 2위의 반도체 생산액과 종사자 수, 전국 5위의 사업체 수를 보유한 대표적 집적지인 충북의 생태계 활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를 반면교사로 삼아 반도체 공급망에서 소?부?장의 핵심 전략기술을 확대하여 미래 공급망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추격형?국산화 기술 개발에서 시장선도형 기술 개발로 전환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서 스마트IT 부품?시스템 분야의 지능형 반도체와 스마트에너지 연구를 선도하는 충북 강소연구개발특구 및 이차전지 기술 혁신 지원체계 확립과 우수 전문 인력 확보 등을 추진하고 있는 이차전지 소?부?장 특화단지의 기능을 접목할 수 있을 것이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아울러 반도체를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배터리, 미래 모빌리티, 로봇, 바이오 등 첨단 산업과의 선순환적 동반성장을 유도하는 '반도체 플러스 산업전략'은 충북 오창의 방사광가속기를 통해 소재?부품산업의 원천기술 개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충북은 이미 'K-반도체 전략'(2021.5)에서 판교?용인과 연결되면서 'K-반도체 벨트 완성'의 한 축이었다. 충북의 후공정 생태계를 테스트베드로 하여 경기?수도권과 상호연계하는 국가 시스템반도체의 상생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