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교조충북지부는 8일 충북도교육청에서 만5세 초등입학 정책 철회와 윤건영 교육감의 입장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이지효
전교조충북지부는 8일 충북도교육청에서 만5세 초등입학 정책 철회와 윤건영 교육감의 입장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중부매일DB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외국어고등학교(이하 외고)를 비롯한 고교체제 개편안까지 발표돼 교육계와 학부모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은 사안의 민감성 뿐 아니라 대통령 공약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던 내용이 사전 예고도 없이 갑자기 등장했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커졌는데 교육부의 외고 폐지 방침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외고를 폐지하거나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밝힌 이후 '외고 폐지' 방침이 어떤 과정을 통해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된 것인지 의아하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또 '백년지대계'로 불리는 교육 정책이 정권이 바뀌고 교육부 수장이 바뀔 때마다 사회적 논의 없이 '갑자기' 발표되는 것에 교육계는 물론 학부모들은 당혹스럽기까지 한 상황이다.

충북에서도 만 5세 초등입학정책은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8일 유아의 발달 특성을 무시한 만 5세 초등취학 정책을 철회하라며 반발 여론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추는 정책은 취업 시기를 1년 앞당기려는 경제적 목적만을 위해 유아의 발달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아동학대"라며 "교육은 없고 경제 논리만 남은 만 5세 초등취학 정책은 지금 당장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충북교사노조와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에서도 "교육부와 충북교육청은 졸속적인 만5세 취학연령 하향 정책을 즉각 폐기하라"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입시경쟁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빨리 입학한다고 교육격차가 해소되는 것이냐, 조기 입학한다고 아이들을 더 많이 낳을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심지어 유치원 관계자들은 아이들이 어리니까 무시하는 것이냐, 유치원 교사들이 힘이 없어서 그러는 것이냐 화가나고 서럽다고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이에 대한 입장 표명 없이 침묵하고 있는 윤건영 충북도교육감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평등교육실현을위한충북학부모회 사무국장은 "선거기간 교육대학교 교수·총장의 경력을 강조하며 교육 전문가임을 자칭한 윤건영 교육감이 정착 초등교육과 유아교육의 근간을 뒤흔들 학제개편에 대해 침묵하는 현실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초등교육과정의 전문가로서 학제개편의 부당성을 앞장서 제기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순애 교육부장관은 결국 사퇴의사를 밝혔고, 9일 예정된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관련 내용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사회적 공론화 없이 탁상행정으로 아무 생각없이 정책을 내뱉어서는 안된다. 가장 중요한 당사자들인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의 이야기를 왜 듣지 않는 것인가?

키워드

#사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