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권 2028년 8월까지… 시, 공간활용 제약 조기환수 꺼려
대현프리몰은 관리 포기 의사… 양측 입장차 상권 슬럼화 우려

10일 청주 성안길 지하상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운영권자인 대현프리몰은 입점 상인들에게 이달 말까지 점포 정리를 요구했다. /김명년
10일 청주 성안길 지하상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운영권자인 대현프리몰은 입점 상인들에게 이달 말까지 점포 정리를 요구했다. /김명년

[중부매일 박건영 기자] "영업이 안된 지 꽤 오래됐는데 여기까지 온 것도 정말 힘들었어요."

10일 오후 청주 성안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 모(51)씨는 지하상가(대현프리몰)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한때 청주 명동이라고 불리던 성안길 상권에서 '쇼핑메카'로 당당히 자리 잡았던 지하상가가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을 접한 상인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가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 찾은 지하상가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간혹 지하상가로 들어온 이들은 비를 피하려는 사람들이었다. 점포 대부분은 공실이었고, 영업 중인 가게는 두 손으로도 셈이 가능했다. 지하상가 내 전체 93곳 중 8개 가게들만 남았고, 그마저도 영업 중인 곳의 창문에는 '점포정리'라는 문구가 붙었다.

10일 청주 성안길 지하상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운영권자인 대현프리몰은 입점 상인들에게 이달 말까지 점포 정리를 요구했다. /김명년
10일 청주 성안길 지하상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운영권자인 대현프리몰은 입점 상인들에게 이달 말까지 점포 정리를 요구했다. /김명년

이곳에서 10년 동안 악세서리 가게를 지켜 온 A씨는 "대현프리몰이 이달 말까지 점포를 정리하라는 통보를 보내왔다"며 "이전부터 운영난으로 조기 철수한다는 말은 돌았지만 상인들에게까지 점포를 비워달라는 것은 처음"이라며 씁쓸해했다.

인근 상인과 청주시 등의 말을 종합하면 36여 년 동안 청주 지하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대현프리몰 측은 관리 포기 의사를 밝히고, 입점한 상인들에게도 8월 말까지 점포 정리를 요청한 상태다. 대현지하상가는 기부채납 받아 청주시 소유지만, 관리·운영권은 오는 2028년 8월까지 대현프리몰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성안길 상권 쇠퇴와 코로나19 등으로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 놓으면서 관리에서 손을 떼고 지하상가 문을 닫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운영권까지는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주시와의 눈치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시에 따르면 대현프리몰로부터 '조기환수'와 '운영권 자진 포기'라는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지하상가 운영권을 넘겨받을 수 있다. 조기환수는 시가 비용을 대현프리몰에 지불하고 넘겨받는 것이고, 운영권 자진 포기는 대현프리몰이 손해를 감수하고 운영권을 내려놓는 것이다.

하지만 시는 조기환수를 꺼리고 있다. 이유는 운영권 제약 때문이다. 조기환수로 운영권을 넘겨받게 되면 2028년까지 공공청사나 공공시설 등 '공공성'의 목적을 가진 공간으로만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진포기를 통해 얻게 되면 이 부분에서 자유롭다.

특히 이범석 청주시장 대표공약 중 하나인 '지하상가 청년특화공간 조성'이 성공하려면 '공공성'이라는 제약이 있으면 더욱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0일 청주 성안길 지하상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운영권자인 대현프리몰은 입점 상인들에게 이달 말까지 점포 정리를 요구했다. /김명년
10일 청주 성안길 지하상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운영권자인 대현프리몰은 입점 상인들에게 이달 말까지 점포 정리를 요구했다. /김명년

이처럼 운영권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입장을 내비치는 사이 지하상가가 방치되면 상권 슬럼화 가속화와 우범지대로까지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상인은 "방치된 지하상가는 청소년들의 우범지대로 전락할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그럴 경우 성안길 상권 슬럼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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