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마다 40만 명이 넘는 청년이 노동시장에 진출하지만 대부분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지난 6월 취업자 통계에 따르면 15~29세 청년 실업자는 30만 명이며, 전체 실업자 3명 중 1명이 청년이다.

반면 경제의 뿌리 산업인 중소제조업은 생산 인력 부족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청년 구직자의 임금 수준 기대치가 높아져 저임금·중노동 직종인 중소기업은 노동력 공급이 수요를 크게 밑돌고 고임금·고대우 직종인 대기업으로 구직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구직자 취업난과 중소제조업 구인난이 상시 겹치는 일자리 미스매칭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청년 구직자는 일자리를 달라고 아우성인데 중소제조업은 일손 부족을 토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2020년 통계청의 근로자 소득조사 결과 대기업 근로자 월 평균 소득은 529만원인 반면 중소기업은 259만원에 그쳤다. 평균 임금 차가 2배에 가깝다.복리 후생까지 따지면 간극은 더 벌어져 중소제조업이 노동시장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차선책인 외국인 근로자 고용도 코로나19 여파로 여의치 않아 정상 가동이 어려운 실정이다.

충북 청주와 진천에 사업장을 둔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인 A사는 1~2년 전부터 구직 신청이 차츰 줄더니 이제는 지원 조차 끊겼다고 한다.공장 일손이 부족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입국 제한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A사 대표는 "국내 인력은커녕 외국인 근로자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 수준으로 힘들다"며 "전체 인력의 20%가 부족한 데 제때 채용이 이뤄지지 않아 생산 라인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8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중소제조업의 구인난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빈 일자리 수는 23만여 개며, 특히 구인난이 심각한 산업 분야는 조선업(4천800명), 용접·주조 등 뿌리 산업(2만7천명), 소매업(5천900명), 음식점업(8천300명),택시·버스업(2천300명) 등이다.구인난 원인은 외국 인력 입국 지연과 업종별 인력 이동 지체, 낙후된 근로 환경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보고 해소 방안으로 외국 인력 쿼터 확대 및 신속한 입국 지원, 구인·구직 연계 고용 서비스 밀착 지원, 산업별 특화 맞춤형 지원 강화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과거 노동시장 정책을 짜집기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중소제조업의 고질적인 구인난을 산업은 물론 국민 복지와 생존 차원에서 접근해 풀어야 한다.중소기업의 저임금, 중노동, 고위험 등 열악한 근로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고 대기업 정규직으로 치중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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