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유유상종이라고 주변에 모두 사회복지사만 있다 보니 일상이 사회복지에 관한 이야기들 뿐이다. 그렇게 25년을 살고 있는데도 매번 새로운 이야기들이 들려오는 건 참 신기하다. 최근에 들은 마음 아픈 이야기. 막상 꺼내놓으면 새로울 게 없으나 전에는 흘려들은 이야기 들이 이젠 다르게 들린다.

아직도 복지 사각지대가 많지만, 비교적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어 가고 있는 지금에서야 일을 하는 동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회복지사는 자기 자신보다 상황에 처한 대상자들이 우선인 삶을 살고 있으니까. 덕분에 최근에는 폭력과 위험에 노출된 사회복지사를 위한 지원도 생겨나고 근로자로서의 권리가 많이 존중되고 있다. 그럼에도 더 필요한 게 있었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으로 일하는 친구는 읍사무소에 근무하면서 어르신의 죽음을 경험했다. 집 앞에 우유 3개가 쌓인 것을 보고 방문했더니 이미 사망하신 뒤였고 그날 그녀는 새벽에 잠을 깨 울었다. 복지관 팀장으로 일하는 후배는 이웃의 도시락까지 가져다주시던 따듯한 할아버지를 찾아뵌 날 쓰러지신 것을 보고 119에 신고하고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돌아가셨다. 이후 최초 발견자로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던 그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닌지 책임이 느껴져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일을 먼저 경험한 이도 10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간에게 죽음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죽은 이를 목격하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이 살면서 느끼는 스트레스 중 가장 큰 것이 가족의 사망이라는 점은 아는 이의 죽음이 주는 스트레스가 가볍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일이라도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하고 말 그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마음은 누가 돌봐주는가.

무연고 시신을 처리하는 것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한다. 보건복지부는 무연고 시신 등의 처리 체계를 명확히 하고 사망자의 존엄성, 보건위생상의 위해 방지 및 공공복지 증진 등을 고려하여 장례서비스(추모 의식)를 지원하고 무연고 시신을 원활하게 처리함을 매뉴얼에 정하고 있다. 이로써 무연고 시신이 발견되어 시신을 인수할 자가 없거나 신원이 판명되지 않으면 시신이 현존하는 지역의 지자체 담당자가 처리하게 되는 것이다.

직무상 해야 하는 일이므로 감수해야 한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일의 스트레스 강도가 높다면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지 않을까.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서 괜찮다는 말도 안 된다. 앞서 어르신의 죽음을 경험한 그녀는 1년 동안 무려 3번의 시신을 처리했다. 사회복지사라서, 공무원이라서 감당해야 하는 일에도 한계가 있다.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고독사 비율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이 일을 하는 담당 실무자들의 입장을 한 번쯤 생각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별로 큰 것도 아니다. 현장에서 근무 중 발견된 사망자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간략하게라도 매뉴얼을 만들어 주고, 업무 처리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발생한다면 심리적 지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위험을 받아들이는 정도나 문제에 대한 대응이 다르다 보니 혹여라도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체계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사회복지사 뿐 아니라 휴먼서비스를 제공하는 직무에는 모두 필요할지 모른다. 우리도 '그저 그러려니' 무뎌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은 항상 민감성을 필요하므로 마음의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

목격한 죽음을 이야기를 하는 동안 여전히 돌아가신 분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할 뿐 자신들의 상처는 그저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던 이들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고맙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마음 밭 가뭄이 해소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