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표윤지 대전·세종취재본부

'첫술에 배부르랴'

이 말을 처음으로 한 사람은 바로 '정조대왕'이다.

정조는 재위 기간 24년 중 10년을 후손이 없는 채로 지냈다. 왕후가 반복적인 회임 실패로 낙담하자, 정조가 건넨 말이다. 그 당시 이 말의 속뜻을 알아듣는 사람은 전무(全無)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즉, 어떤 일이든 단번에 만족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최근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지난 7월 한달 간의 광역단체장 직무수행평가 결과, 최민호 세종시장이 42.2%를 받아 꼴찌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평균 50.2%보다 10%나 못 미치는 결과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호들갑을 떠는 모양새다.

최 시장이 취임한 지 어느덧 40여 일이 지났다. 이 시간은 세종시 출범 10년 간 뼛속까지 자리했던 기조를 한번에 바꾸기에 넉넉하지 않은 기간이다.

다시 말해, 무언가를 평가하기엔 시기상조(時機尙早)인 셈.

지난 10일 최 시장은 전국 최고 수준, 고질적 골칫덩이인 세종시 '상가공실' 실타래를 풀기 위해 과감히 칼을 뽑았다.

2007년 12월 지구단위계획 수립 이후 불허해왔던 상가의 업종 허용용도를 과감히 완화해 시민들의 시름을 더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공실이 심각한 BRT 역세권 상가 3층 이상과 금강변 수변상가의 허용용도 완화도 추진키로 했다. 행정적 결과는 수문이 열려봐야 알겠지만, 그간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표윤지 대전·세종취재본부
표윤지 대전·세종취재본부

정치와 장사에는 신입이 없다. '꼴찌'의 오명(汚名)을 떨치려면 근 10년 간 색소폰에 심취했던 '야인 행색'은 벗어 던지고, 이제 '정치인'에 걸맞은 의복을 입어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선 내편이 아닌 '네편'의 충언(忠言) 또한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첫술도 뜨지 않았다." 그간 정세(政勢)를 파악한 듯 웅크렸던 날개를 호기롭게 펴는 듯 보인다. 52.8%의 기세로 텃밭을 뒤집고 당선된 최 시장에 조금 더 관용(tolerance)을 가지고, 행보를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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