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김동우 논설위원

책은 문자 등 기호(記號)를 인쇄한 뒤 쪽수를 매겨 묶은 매체다. 저자와 소리 없는 소통의 장이다. 책은 한자어로 '冊'이다. 2세기 초 중국에서 종이가 발명되기 전까지 가장 많이 사용된 서사 재료인 죽간(竹簡)이 있었다. 대나무를 쪼개 그 위에 글자를 새겨 엮은 책이다. 죽간(竹簡) 하나에 다양한 지식을 담기에는 죽면(竹面)이 너무 부족하다. 여러 죽간을 꿰어 엮은 뒤 두루마리처럼 말았다. 이 형상을 표현한 글자가 '冊'이다.

'권(卷)'이란 한자어가 있다. '卷' 자의 '나무패 절(?)'은 '말다. 두루마리'란 뜻이다. 죽간을 돌돌 말아놓은 형태를 표현한 글자로 '책이나 책을 세는 단위'를 의미한다. 대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쪼갠 뒤 직접 글씨를 새기는 일이 쉽지 않다. 그만큼 죽간은 엄선하고, 검증 가능한 역사적 가치가 높은 지식이나 내용을 담았다.

책은 영어로 'book'이다. 동사로 쓰이면 '예약(豫約), 기장(記帳)한다.'라는 뜻이다. 예약과 기장의 객체는 지식이다. 그 지식을 누구나 쉽게 가져갈 수 있다. 책에 담긴 지식은 그저 그런, 허접스럽지 않다. 농축 발효된 3년 묵은지다.

인간이 발명한 지식의 전달 매체로 책만 한 게 없다. 책은 반드시 읽혀야 그 존재가치가 있다. 책은 책장에 장식을 위한 사물이 아니다. 뇌리에서 종횡무진(縱橫無盡)하는 생물체다. 비교적 진위가 검증된 지식을 온전히 담고 있는 지식의 보고다. 책이나 신문 등 활자 매체가 지식이나 정보 전달의 양적 측면에서 영상 매체에 밀리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식의 중요성은 양이 아닌 깊이나 질이다. 지식의 깊이나 질에 있어, 영상 매체가 활자 매체를 초월할 수 없다. 영상 매체는 감각적, 말초적, 순간적, 일회적 특성이어서 사회학적 상상력과 통찰력을 키우는 데 부족함이 많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논설위원

독서는 시공간적 경계를 넘어 이뤄지는 저자와의 소통행위다. 이 행위에서 독자는 지식을 얻는다. 그 지식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더 나아가 독서는 타자(他者)로부터 얻은 다양한 지식을 뇌리에서 조합, 정리하고 걸러내는 사유 과정을 거쳐 지혜를 탄생시키는 창조적 행위다. 이런데도 독서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만물의 영장'임을 포기해야 한다.

'수불석권(手不釋卷), 손에서 항상 책을 놓지 않는다.' 군대를 이끌고 다니면서도 책을 읽었다는 중국 한나라 광무제(光武帝)에서 비롯된 고사성어다. '독서불난(讀書不難) 독서최락(讀書最樂). 독서는 어렵지 않고 가장 즐거운 일이다.' 중국 청나라 문장가 장조(張潮)가 한 말이다. '덥다, 덥다' 하지만, 못 참을 것 없다. 독서를 즐기면 말이다. 여름이 가기 전에 한 권이라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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