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밤 10시께. 제천시 청전동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 모습.
지난 16일 밤 10시께. 제천시 청전동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 모습.

〔중부매일 정봉길 기자〕택시 수요가 많이 몰리는 시각인 밤 10시. 제천지역 밀집 도로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취객들이 핸드폰을 들고 이곳 저곳으로 전화를 한다.

하지만 쌍욕을 하면서 전화를 끊는 모습을 자주보게 된다.

기다리다 못해 걸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자신의 차량을 끌어 가는 모습도 가끔 목격된다.

인구 13만되는 작은 소도시에서 이처럼 택시 잡기가 어려운것은 2016년 택시 감차가 이어지면서 시작됐다.

제천시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편집자



◆ '개인택시기사' 47%가 65세 이상

제천시는 정부시책에 따라 2016년부터 택시 감차를 시행하고 있다.

총 703대 중 106대를 감차하기로 했다.

올해는 18대, 지난해는 12대, 내년에도 12대를 감차한다는 방침이다.

감차 금액은 법인 택시 1대당 4천800만원, 개인택시는 1억1천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개인택시의 경우 기사 상당수가 고령자인 탓에 밤 시간대 운전이 어렵고, 취객들과의 시비 등을 원치 않아 오후 8시 이후에는 운행을 중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개인택시 운행자 연령대를 보면 47% 이상이 65세 이상이다.

개인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A씨는 "나이가 있다보니 밤눈이 안 좋아 일찍 들어가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손자들 과자 값이나 용돈을 목적으로 택시를 운행하다보니 그렇게 밤늦게까지 돈을 벌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제천지역에는 현재 천사, 동부, 통일, 제천 등 8개의 법인택시회사가 운영중이다.

◆법인택시 '장기근속자' 제도 부활 시급

장기근속자 제도를 없앤것 또한 택시 잡기 문제점의 요인이 됐다.

장기근속자란? 법인택시를 20년이상 무사고로 근무할 경우 지자체에서 택시를 운행할 수 있는 허가권을 내 주는 제도다.

제천시는 2016년 택시 감차 시행을 하면서 장기근속자 제도를 없앴다.

법인 택시를 운영하는 B씨는 "장기근속자 제도는 법인택시를 운행하는 기사들의 나름 '퇴직금'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 없다보니 희망이 없어진 것 같아 직업의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택시 입금 금액도 부담이라면 부담이다.

법인택시 한달 입금액은 370만원 수준이다,

일주일 휴무를 빼면 24일 기준 15만원 정도다.

요즘 시기에 이 금액을 입금 시킨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게 택시기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택시기사들이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역시 코로나 여파다.

식당영업이 시간제로 운영되다 보니 10시 이후면 손님이 끊겨 택시 입금을 맞추지 못해 대부분 택시회사를 떠났다는 것.

C택시업체 한 노조간부는"젊은 사람들 대부분이 급여가 많은 배달쪽으로 유출되고 있다. 그렇다고 택시 요금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법인택시' 32대가 잠자는 중

법인택시 업체들도 속앓이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제천지역에 등록된 택시는 총 609대다. 이중 개인택시는 418대, 법인 택시는 191대다.

그러나 문제는 법인택시 중 32대가 휴차중이다.

기사가 없다보니 32대의 택시가 잠을 자고 있는 셈이다.

D업체 대표는 "기사 모집을 해도 지원자가 없다. 차가 운행되지 못하는데도 보험료는 꼬박꼬박 내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푸념했다.

택시 잡기 민원이 잇따르자 제천시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는 밤10시~12시까지 콜 승인을 많이 하는 기사를 상대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30만원까지 단계별로 지급한다며 4천만원의 예산까지 세워 논 상태다.

시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에는 99%가 원활하게 운행되고 있다. 하지만 오후 8~12시까지가 문제다"고 말했다.

이어 "대책으로 이 같은 인센티브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 방안은 충북에서 최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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